이주열 한은 총재 깜짝 연임…韓 금리인상 앞당길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달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한미 금리차 역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이 총재의 연임을 시장이 매파적으로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와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일괄적으로 25%,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규제안에 다음주 서명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 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불안이 고조되며 위험회피 성향이 재차 강화되는 양상이다.
또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되면서 미국이 올해 네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선승범 유화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슈로 떠오르는 데 대해 무언가 시장이 잔뜩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강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우리 현행 금리 수준이 미국의 기준금리(연 1.25~1.50%) 상단과 같다. 오는 21∼22일(현지시각)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0.25bp(1bp=0.01%)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연 1.50%)과 미국(연 1.50~1.75%)의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외화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두 차례 1999년 7월~2001년 3월(최대 격차 1.50%p), 2005년 8월~2007년 9월(최대 격차 1.00%p)의 유사한 사례에서도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됐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 뿐만 아니라 국가 대외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역전이 자금이탈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금리역전 현상의 장기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감행 등 돌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가파른 외화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자본유출에 특히나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총재의 '깜짝 연임'에 시장은 주목했다. 2일 서울채권시장은 장 막판 이 총재가 연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출렁였다. 미국채 금리 하락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던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4bp 상승한 2.290%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도 0.5bp 오른 2.741%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이 총재의 연임을 시장이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그간 이 총재와 한은 안팎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하고 있고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온 이 총재가 한번 더 한은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총재 교체기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