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H 임대주택' 하자에 입주민들 '분통'
민락 라디언트캐슬 '물 새고, 엘리베이터 멈춰' 국민청원도 등장…LH 측 "피해보상 방안 마련"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갓 입주한 새 아파트의 일부 가구가 배수관에서 넘친 물로 침수됐다. 화장실은 물론, 안방과 거실까지 물이 흥건하게 차올랐다.
엘리베이터는 툭하면 멈춰버리는 탓에 입주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에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주택 라디언트캐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곳은 입주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이같은 하자가 발생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더욱이 하자 원인에 대한 설명이 계속 바뀌는 데다 보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시공 의혹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 민락나들목(민락IC)을 거쳐 아파트촌으로 들어서자 새로 지은 아파트가 단번에 보인다. 단지 곳곳엔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새 아파트라는 것을 입증하는 듯 입주청소를 도울 사설 업체의 홍보용 배너도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LH가 지난 2016년 공급한 이 단지는 총 992가구 규모로, 1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10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다가 10년 후에 분양 전환하는 공공임대주택이어서 공급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된 지 열흘가량 지난 현재,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자 때문이다.
지난 6월 사전점검 당시 도배부터 창문 손잡이 흔들림, 욕실 바닥 타일 기울기 등 크고 작은 하자가 잇따랐다. 입주예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인터넷 카페에는 서로의 하자를 비교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입주가 시작된 후 발생했다. 엘리베이터가 자주 멈추기 시작하더니 일부 가구에선 배수관에서 물이 역류, 침수된 것.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것에 대해서 시공사인 KR산업은 "이삿짐 운반으로 인한 충격과 이물질 삽입 등으로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며 "입주기간 동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으나, 입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수가구의 입주예정자는 새벽에 아파트로 찾아가 물을 퍼내야 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새벽에 인터넷 카페에서 분양받은 집의 물이 새고 있다는 글을 보고 곧장 아파트로 출발했다"면서 "도착하니 1층 복도부터 물이 많이 고여 있었고, 현관을 열자마자 물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토로했다.
집 안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고 입주 예정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세탁실과 공용욕실을 비롯해 거실, 침실까지 물로 가득했으며, 악취까지 났다는 설명이다. 이후 시공사 측에서 직원을 보내 사태를 수습했지만, 물에 잠겨있었던 탓에 각 방문과 주방 식탁 등은 '틈 벌어짐'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피해를 고발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침수피해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내용의 이 청원에는 이틀 만에 760여명이 동참했다.
한 입주민은 배수관에서 물이 역류한 원인에 대해서도 시공사 측의 말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1차 설명 당시 '토목공사 때 관이 잘못 연결됐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2차 설명에선 '쓰레기와 시멘트로 인해 관이 막히면서 물이 역류했다'고 입주 예정자에게 전했다. 3차 설명은 '관이 깨져서 흙에 파묻혔다'였다.
입주 예정자는 "집안에 오수가 넘친 것도 속상한데, 원인에 대해서도 말이 계속 바뀌니 황당하다"며 "심지어 그 당시엔 책임자라는 분이 휴가 중이라고 연락이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침수 피해 입주 예정자들은 호수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KR산업과 LH가 하자보수를 약속했으나, 당초 입주 예정일보다 많은 시일이 지나는 데다 향후 추가 피해가 있을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LH와 KR산업은 이날 침수 가구에 대한 피해보상을 논의할 계획이다. 호수 교체부터 금전적으로 보상할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