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매력적인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금리인상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막대한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상황을 짓누르고 있는 처지여서 더욱 위험한 칼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서 이미 역전된 한`미간 금리 격차가 또 벌어졌다. 그동안 금리인상에 소극적이었던 한국은행의 더 이상 고민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형국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욱 더 코너로 몰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과거 보수 정권들은 대체로 금리인상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가고도 기업의 투자는 부진했다. 더 이상 그런 논리는 근거를 잃은 셈이다.
대기업들은 자산 증식을 생산 활동 외적인 부분에서 추구하고 있고 기업 활동의 영역은 넓어져 있어서 굴뚝산업 중심 경제체제에서의 발상이 깨져 나가고 있다. 대기업 지분 중 외국자본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대기업들은 금리역전 현상이 결코 반갑지 않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착화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논리가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이미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대다수 국민들은 인지하고 있다. 물론 많은 경제논리들이 종종 한국적 콘텍스트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그나마 기초 교육과정에서의 경제교육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 대다수는 생활인의 감각으로 그런 변화들을 체감하는 것이어서 종종 기존 논리에 휘둘리기는 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개방된 상태고 자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자국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는 외신의 전망들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금리 격차가 0.25% 확대되면 국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15조원(국내 총생산 대비 0.9%)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런데 이미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는 0.75%까지 벌어진 상태이며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5차례 추가 인상할 방침이라고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지켜보고만 있다보면 미국이 한국 자본의 블랙홀로 변화할 가능성까지 걱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은행이라고 그때까지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일단 정부의 긴급처방으로 다소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시장 과열의 바탕에도 그간 지속돼온 저금리 기조가 깔려있다. 금융상품은 단지 투자가치를 잃은 게 아니라 저축의 기능마저 상실한 상태다. ‘여유자금을 은행에 넣어두면 손해’ ‘저금리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면 이득’이라는 공식이 부동산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부동산 외의 투자처가 충분하지도 않다. 개인 투자자들의 양대 투자처로 꼽히는 주식시장은 그 불확실성 때문에도 경험 부족한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하지만 그 못지않게 재벌 중심 대기업군의 경영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다는 점도 주식시장을 외면하게 만든다. 성장 과실의 공정한 분배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이다.
그런 불안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외의 길을 찾게 만들려면 시중의 자금수요와 금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제도금융권에 끌어들여놓고도 대부업체들의 고금리를 어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 대부업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게 만드는 것은 기준금리가 한국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예대금리 격차를 좁혀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금융산업이 단지 금리 마진으로만 먹고사는 구조는 국가경제의 근간으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신 금융자산의 투자에는 어떤 외부적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롭게, 오직 자본증식에만 충실한 투자원칙을 지키도록 싸워나가야 한다. 그런 결실이 금융상품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 금융이 부동산에 밀려나는 사단을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