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기업신용평가 들고 퇴직연금 진입 '시동'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등 줄줄이 'A'...금리 높아 경쟁력↑ 170조원 시장…일각선 "일부 저축은행 몰려 빛좋은 개살구"

2018-10-19     박시형 기자
OK저축은행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저축은행에 대한 기업신용등급평가가 속속 완료됨에 따라 퇴직연금 진출을 위한 저축은행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최근 한국신용평가에서 기업신용등급 'A-'를 받았다. SBI저축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은행·증권 등 주요 금융사들과 제휴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JT저축은행도 지난 16일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고, 같은 날 한화저축은행은 'A-'를 부여받았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신한·BNK·NH저축은행 등은 이미 한신평과 나신평을 통해 'A'등급을 받았고, 대신·키움저축은행이 'A-', 푸른상호 'BBB+', 페퍼·OSB·유안타가 'BBB'를 받았다.

퇴직연금에 원리금보장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신용등급 BBB-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에서 규정을 개정한 이후 즉각 준비에 들어간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은행·증권사들과 이미 전산시스템 확충 등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늦게 뛰어든 대형 저축은행들도 업권과 접촉하며 협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다음달부터 예·적금 상품이 퇴직연금에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신용평가결과가 나온 이후 퇴직연금을 판매중인 은행·증권사들과 실무자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퇴직연금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170조원 규모의 큰 시장인데다 수익률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퇴직연금은 169조원이 적립됐고, 2020년에는 210조원 규모로 몸집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연 평균수익률은 고작 1.88%(2017년)에 그친다.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50~2.20% 수준(12개월)인데 이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3~2.8% 수준이다. 최저금리만 놓고 보더라도 평균수익률을 뛰어넘는다. 또 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상품인 만큼 원금손실이 없는 상품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저축은행에만 고객이 몰려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지난해 퇴직연금 가입자 중 90.1%는 운용지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 처음 가입할 당시 권유나 추천 등에 의해 투자 상품을 선택한 뒤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 일선 현장에서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같은 금융지주 계열 상품을 추천·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 다른 관계자는 "영업점 진출 제한 등으로 판로가 부족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채널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뛰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업 일선인 창구에서 같은 계열사 저축은행이나 이름이 알려진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