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청주시금고 이의제기 한 신한은행 '속내'는?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신한은행이 청주시 제2금고 선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졌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무슨 실익이 있다고 소송까지 한 걸까요.
제2금고에 선정된 국민은행이 1금고를 노리고 협력사업비로 130억원을 제시했는데 2금고에만 선정되자 약정계약 체결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청주시가 개입해 이를 94억원이나 깎아준 뒤 약정계약을 맺은 것을 문제 삼은겁니다.
청주시가 시금고 선정 공고를 내면서 '작성 내용이 허위로 기재됐거나 실현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안서 무효 또는 부적격 처리될 수 있다'고 설명한 게 근거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신한은행의 주장이 타당한 듯 보입니다. 국민은행이 지키지도 못할 허위사실을 기재했던 거니까요. 신한은행은 이 때문에 당연히 돌아왔어야 할 기회마저 박탈 당했습니다.
하지만 청주시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청주시는 국민은행과의 협의가 순위를 뒤집을 정도로 영향이 있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이 18억원을 제시했거든요. 국민은행(36억원)의 절반입니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다른지역에 등록된 자사 차량들을 청주로 이전 등록해 120억원 수준의 추가 세수 증대를 약속했습니다.
어찌보면 시금고를 두고 장사를 한 셈이죠.
이 시점에서 KB국민은행이 왜 협력사업비로 130억원이나 써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지자체 금고는 시중은행들의 전쟁터였습니다. 금고 운용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굳이 거액의 협력사업비를 쏟아가면서 운영권을 따내려 합니다. 잠재고객 확보라는 명분입니다.
그 시발점은 바로 예산 32조원의 '서울시금고'였습니다. 선정 당시 금융권에서는 서울시금고에 출연금을 1300억원 이상 써내면 '적자'라는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그 두 배가 넘는 3000억원대 금액을 써 냅니다. 그리고 겨우 1점 차이로 100년 금고지기 우리은행을 무너뜨리면서 시금고를 따내지요.
이때부터 '지자체 금고 선정=출연금'이라는 등식은 공식화됐습니다. 전쟁의 불씨를 당긴게 바로 신한은행인 셈입니다.
게다가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에 선정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전산사고를 기재하라고 했지만 신한은행은 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이 해당 항목을 제대로 다 기재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거란 얘기까지 나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서울시에 적어내는 전산사고 이력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전산사고는 별개"라고 답했습니다.
함께 입찰에 나섰던 은행들이 금감원에 보고한 크고 작은 전산사고 이력들을 모두 기재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서울시가 재검증에 나선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상황을 두고 금융권 관계자가 딱 맞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 말이 딱 지금의 신한은행의 모습"이라는군요.
신한은행으로서는 이번 수주를 위해 들어간 인력과 투자 등이 있었던 만큼,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의지입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숙원'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의 상호 치열한 견제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