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건설사 3분기 실적 선방…신규 수주는 목표 미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5개 건설사들이 올 3분기 대부분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최근 2~3년간 공급한 아파트의 입주가 이뤄지면서 이익이 실현되고 있는 데다 신규 분양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어가는 '수주 곳간'은 건설사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국내 일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 수주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올해 수주액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적잖다.
◇ 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 1조 클럽 달성 '눈앞'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은 올 3분기 27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8610억원으로, 창사이래 첫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건설과 상사, 리조트, 패션 등 4개 부문으로 나뉜 삼성물산의 실적은 건설부문이 이끌었다. 건설부문은 상반기에 4014억원, 3분기는 20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3분기 실적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영업이익의 약 75%를 차지했다.
삼성물산 측은 일부 대형 프로젝트 종료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이 높은 국내외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되며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평 5위인 GS건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건축·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세가 배경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28.79% 증가한 84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보였다.
3분기에만 영업이익 2340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6% 증가했다.
특히 천덕꾸러기였던 플랜트 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3분기 누적 플랜트 매출은 3조1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증가했고, 플랜트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은 10.2%로 전년 동기(-13.2%)대비 흑자 전환해 수익률이 대폭 개선됐다.
시평 3위 대림산업도 선방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누적 67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49.39% 늘었다. 또 석유화학사업의 안정적인 이익 기여로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3.2%포인트(p) 개선된 8.2%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경우 GS건설, 대림산업도 '1조 클럽'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던 현대건설은 3분기 누적 기준 67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전년보다 14.4% 줄었다. 3분기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1915억원, 올해 누적기준으로는 5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6% 상승, 7.8% 감소했다.
◇ 신규 수주액, 전년대비 '뚝'…목표달성 '적신호'
5대 건설사 모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실적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신규 수주액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하반기부터 일감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눈치다.
실제 상위 5개 건설사 중 3곳은 3분기 신규 수주액이 작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선 주택사업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물산은 3분기 2조2340억원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4조7340억원)과 비교해 52.8% 줄어든 수치다. 올해 목표치인 11조2000억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4분기에 5조2330억원을 채워야 하는 실정이다.
호주 시드니 지하차도 연결공사(8082억원), 평택 2기 증액(3771억원), 시안 반도체 증액(2013억원) 등 일거리를 따냈음에도 수익성 기반의 선별 수주전략은 수주액 감소로 이어졌다.
호실적을 나타낸 GS건설도 신규 수주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분기 수주액은 지난해 3분기 대비 54.6% 줄어든 1조3250억원. 올해 계획했던 금액(11조4500억원)의 58.1%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4470억원을 확보했으나, 국내에선 경기 침체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지난해(2조4050억원)보다 63.5% 감소한 8780억원에 머물렀다.
대림산업은 7400억원 규모의 GTX-A 공사, 1조원 규모의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4분기 실적으로 넘어가면서 3분기엔 전년보다 67.8% 쪼그라든 1조1129억원으로 집계됐다. 목표치의 절반(60.3%)을 겨우 넘겼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14.4% 감소한 6조3248억원, 대우건설은 22.1% 줄어든 2조2433억원을 기록, 경쟁사 중 비교적 많은 일감을 따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수주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주택경기 하락하는 와중에 공공 수주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