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청약 쏠림 심화…입지·시세 좋은 지역 수요 몰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의 계속된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이나 단지로 청약 통장이 몰리는 '청약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청약을 진행한 13개 민간분양 단지 중 8개 단지만 1순위 마감했으며 1개 단지는 2순위 마감, 3개 단지는 2순위 진행, 1개 단지는 청약이 미달됐다.
1순위 마감 단지들 중에도 도시 인근이나 역세권, 공급물량이 적은 단지 등은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경북 경산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펜타힐즈'로 99가구 모집에 1만7160명이 청약하면서 평균 청약경쟁률 173.33대 1(최고 237.53대 1)에 달했으며 광주광역시 '유동 대광로제비앙'의 경우 88가구 모집에 4379명이 몰리며 평균 49.76대 1(8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변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로 '강남 로또'라고 불린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도 평균 41.69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모집가구 수가 적은데다가 대출길이 막히면서 그나마 분양가가 낮은 59㎡의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최고 422.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도 청약 결과가 엇갈리기도 했다. 인천에서 분양한 '루원시티 SK리더스뷰'는 1448가구 모집에 3만5443명이 몰리며 24.4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검단 AA4블록 '유승한내들 에듀파크'는 919가구 모집에 1315명이 청약하며 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세대는 2순위 기타지역까지 가서 청약을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 청약 인기 지역이었던 부산에서는 청약이 미달됐다. 부산 '서동 트레비앙 주상복합'은 71가구 모집에 절반도 안되는 35명만 청약하며 체면을 구겼다.
문제는 최근 무주택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제도가 재편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잡으려는 실수요자들이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로 더욱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 만큼 강원 등 수요가 제한적인 곳에서 주택 브랜드 파워가 약한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경기의 침체로 더 큰 타격을 입은 중견·중소 주택업체는 이달 수도권 내 분양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같은 지역에서도 청약 성적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역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9.13대책으로 기존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 청약시장에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지겠지만 이번 정부에선 사실상 청약 통장을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