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어 서울시도 분양원가 공개 추진…건설업계 '난색'
SH공사, 내년부터 원가항목 12개→61개로 확대 건설업계 "효과 적고 영업비밀 노출 우려" 반발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도 분양원가 공개에 나서며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제도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공공분양 주택의 분양가격 세부내역을 공개하면 건설사들이 분양원가를 알맞게 조절하고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분양원가를 공개해도 집값 안정효과를 가져올지 기대할 수 없고 기업의 영업 비밀만 노출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르면 2019년 1월부터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말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법률 개정에 맞춰 SH공사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SH공사는 '주택법' 제57조에 따라 2007년부터 공공주택을 분양할 때 입주자 모집공고에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 3개 항목 △토목·건축·기계설비 등 분야별 공사비 5개 항목 △설계비·감리비·부대비 등 간접비 3개 항목 등 12개 항목을 공개하고 있다.
SH공사는 이번 발표 이후 각 공정별로 공사항목을 61개로 세분해 분양가격을 공시하기로 했다. △토목분야에서는 옹벽, 석축, 공동구, 조경 등 종류별로 13개 공사비가 △건축공사비에서는 기초, 철골, 미장, 창호, 도장 등 23개 항목이 △기계공사비는 급수설비, 자동제어설비, 난방설비, 승강기계 등 9개 항목이 각각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9월부터 경기도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과 공동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남양주 다산신도시, 화성동탄2신도시, 평택고덕 등 3개 신도시 5개 블록의 분양원가가 공개됐다.
이처럼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가 급물살을 타면서 향후 주택과 토지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와 토지 가격은 2000년 1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급격히 치솟다가 2007년 9월 분양원가 공개 이후 내리막세로 돌아섰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2년 3월 공개항목 축소와 2014년 12월 민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다시 급등세로 바뀌었다.
때문에 경제단체들은 "공공 아파트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들 모두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해야 소비자들이 적정 분양가인지 검증하고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며 "이제는 수십년간 지속된 공급자 중심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가에는 원가 반영과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포함한 여러 요소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향후 기업 수익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정부가 지속해서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드물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산업들에 비해 건설사들에게만 유독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다른 산업과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라며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별로 비용절감이나 물량 확보 등 노하우가 노출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주택공급은 줄 것이고, 집값도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