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에 건자재업계도 '비상'…사업 다각화 '분주'
KCC·LG하우시스·한샘, 3분기 영업익 급감…잇따라 신사업 진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의 규제로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국내 건자재 업계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KCC와 LG하우시스, 한샘 등이 올 3분기 실적에서 모두 역성장한 가운데,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이들 업체는 신성장동력 찾기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 시장에 힘을 쏟아 업황 부진을 이겨내겠다는 전략이다.
6일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건자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CC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6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1% 줄어든 9313억원이다.
LG하우시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87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77.7%나 급감했다. 매출액은 8193억원으로 4.2% 줄었다.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 역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한샘은 매출 4284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8%, 영업이익은 무려 71%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건자재 업계의 실적이 저조한 요인으로 주택 거래량 감소를 꼽는다. 이사 수요가 있어야 장판이나 바닥재, 가구 등 매출이 늘어나는데, 거래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10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9만2566건으로 5년 평균치(9만5548건)보다 3.1% 감소했다. 1년 전(6만3210건)보다는 46.4% 증가했으나, 9.13 부동산대책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것에 따른 착시효과여서 향후 거래량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올 4분기 실적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감소를 예상하는 '부정론'이 우세하다. 매출을 떠받치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비중 감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관련 실적과 밀접한 신규 분양 물량이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 업황 위축과 신규 분양 축소, 주택매매거래 둔화 등 요인으로 마진율 둔화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기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낙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우선 KCC는 최근 인수한 미국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실리콘 시장 공략을 통해 매출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멘티브의 지난해 기준 실리콘 사업 매출액은 2조5000억원 규모로, 미국 다우듀폰(5조원), 독일 바커(2조6000억원)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라있다. 모멘티브의 생산능력을 합칠 경우 KCC는 글로벌 2위로 올라서게 된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3년 10월 국내 최초로 PF보드 양산을 시작, 올해 5월에 단열재 2공장을 완공했으며, 7월에는 3호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엔 원목과 대리석 느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구현한 프리미엄 상업용 타일 바닥재 '프레스티지'를 출시해 고급상가, 호텔, 전시장 등 상업용 공간 인테리어 시장에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샘은 가구뿐만 아니라 욕실·창호·바닥재 등을 포함해 집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제안하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주택 매매거래 감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노후 주택이 많은 만큼 안정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샘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건자재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해졌다"며 "재고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