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IPO 추진 나선 교보생명…FI 풋옵션·자본확충 등 "산 넘어 산"

FI "IPO 해도 풋옵션 행사 강행"…신 회장 재협의 나설 듯

2018-12-12     서지연 기자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교보생명이 창사 60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에다 자본확충 등 이슈가 산적해 있다.

상장까진 갈 길이 멀다. FI들이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풋옵션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창재 회장이 FI와 협의에 성공해도 증시부진에 따라 IPO시장에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을 지도 미지수다.

교보생명은 11일 정기이사회에서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잠정 결정됐다. 1980년부터 30여년간 끊임없이 상장 이슈를 몰고 다닌 교보생명이 처음으로 기업공개를 공식화한 것이다.

교보생명이 수년간 미뤄오던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FI의 압박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2년 FI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2015년까지 교보생명을 상장시키지 못하면 직접 투자지분을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소위 '풋 옵션'이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가 다른 데 팔려 경영권을 위협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어피너티 등 FI들은 최근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1조2000억원의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상태다. FI 지분은 어피니티 9.05%, IMM 5.23%, 베어링PEA 5.23%, 싱가포르투자청 4.50% 등 총 24.01%이다. FI는 보유지분 가치를 2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해야 하는 '데드라인'은 이달 말이다. 이때까지 지분을 돌려주지 않으면 신 회장은 법적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신 회장은 결국 IPO를 의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상장 추진 결정 이후에도 신 회장이 넘어야할 산은 많다. FI 측에서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FI는 최근 보험업황이 안 좋아지고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만큼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할 매력적 방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풋옵션 행사로 자금 회수방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창재 회장이 FI가 풋옵션으로 행사한 1조20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려면 신 회장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 회장의 가족과 계열사 임원 등의 지분을 더해도 지분율은 36.91%다. 2대 주주인 외국인 FI(지분률 24%)와 차이는 12%에 불과하다.

신 회장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상장 방식'에도 주목된다. IPO목적이 자본확충임을 감안하면 자본의 변동없는 구주매출(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 아닌 자본을 늘리는 신주공모가 유력하다. 다만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FI는 구주매출을 원한다. 이에 신 회장이 FI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만약 신 회장이 FI들을 설득해 상장에 성공한다 해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저금리 기조와 2022년 회계기준 변경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교보생명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내후년까지도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는 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생명보험사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년 전 0.8배 수준에서 최근 0.5배 수준까지 떨어져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도 급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동양생명 등 앞서 상장한 생보사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보생명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FI의 풋옵션 행사와 무관하게 일정에 따라 상장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향후 IPO를 위한 주관사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밟는다.

IPO가 성사되면 동양생명(2009년 10월), 한화생명(2010년 3월), 삼성생명(2010년 5월),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 오렌지라이프(2017년 5월)에 이어 6번째가 된다.

(사진=교보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