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부동산신탁 인가 탈락···다음 전략은?

국제자산신탁 놓고 우리금융과 경쟁 불가피

2019-03-06     박시형 기자
서울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부동산신탁업 신규인가에서 탈락한 NH농협금융지주의 향후 행보에 따라 부동산신탁 인수합병(M&A) 시장의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부동산신탁업 신규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예비인가를 따내는데는 실패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 한데다 내부적으로도 낙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자신했으나 뼈아픈 결과만 돌아온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신탁업 진출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 내에서는 NH농협금융이 부동산신탁사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NH리츠자산운용을 설립하는 등 취임 후 부동산 개발·투자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리츠(REITs)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회사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부동산신탁사는 우리금융지주와 M&A를 협의중인 국제자산신탁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은행은 국제신탁 지분 50%+1주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협상중이다.

앞서 삼성생명과 교보증권이 50대50의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는 생보부동산신탁이 매물로 나오기도 했지만 교보생명이 지분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신탁업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은 라이선스가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수할만하다"며 "회사 규모는 주주가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대주주인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016년 신규수주 규모 5위, 6위권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말에는 2위, 4위로 껑충 뛰었다.

국제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신규수주 기준 7위에 머무른 중소형사다. 이번 매각에서 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 상위권 진입은 먼 얘기가 아니다.

다만 대형 M&A 매물이 실종된 상황인데다 올해부터는 은행권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부동산신탁사 인수가 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쟁으로 이어져 약 2020억~2300억원 수준(지분 100%)으로 평가되는 국제신탁의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해 부동산신탁사를 보고 있는데 인수경쟁 열기에 무리해서 가격을 써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