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왜, 탄소배출권시장에서 파생상품이 필요한가?

2019-03-29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금융공학&리서치센터장
김태선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난 2015년 1월 12일에 한국거래소에 개설돼 현재 할당배출권(KAU), 상쇄배출권(KCU), 외부감축인증실적(KOC) 등이 거래되고 있다. 

제1차 계획기간(2015년1월12일~2018년8월9일) 동안 장내·외 거래를 기준으로 운영결과를 살펴보면, 총 거래대금 1조7477억원, 총 거래량 8620만 톤, 평균단가는 2만279원/tCO2으로 마감됐다. 이 기간 탄소배출권 거래량은 KAU 6660만 톤(77.3%), KCU 340만 톤(3.9%), KOC 1620만 톤(18.8%)이 각각 거래됐다. 

개장 이후 탄소배출권시장은 수요우위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동성 부족사태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짐에 따라 정부는 가격하향 안정화를 위해 이월제한 조치, 시장안정화물량(MSR) 공급, 유상할당 경매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유연성 메커니즘인 이월, 차입을 헤징 차원에서 활용하는 매매행태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현물거래 부진과 더불어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개장 이후 할당배출권(KAU)의 연평균기준, 연간변동성은 26.8%로 코스피(KOSPI) 연간 변동성의 2배에 육박하는 가격 등락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감축대상 업체들은 파생상품거래의 일종인 장내·외 스왑거래를 이용, 유동성 및 가격 리스크를 헤징하는데 주력해 오고 있다.

파생상품은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으로 나누어지는데 선물(Future)이나 옵션(Option)은 장내파생상품으로, 선도(Forward), 스왑(Swap), 레포(Repo)는 장외파생상품 형태로 구분된다. 장내 파생상품거래는 체결과 동시에 청산과 결제가 이뤄지는 현물시장과 달리 거래소가 미래에 대한 매매계약 이행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위해 증거금을 요구한다.

파생상품시장은 가격위험 전가기능(Risk Shifting)과 함께 가격발견 기능(Price Discovery)을 한다. 위험 전가기능은 가격변동 위험을 원하지 않는 위험 회피자(Hedger)로 부터 가격변동 위험을 감수는 투기자(Speculator)로 리스크 이전기능을 한다. 가격발견 기능의 경우 기초자산의 수요와 공급에 관련된 각종 정보가 반영됨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미래 가격수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이처럼 파생상품시장의 순기능을 감안, 탄소배출권 자산-부채관리(Carbon Asset-Liability Management)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시장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예를 들면, 할당량이 배출량보다 큰 경우 탄소배출권의 잉여(자산)는 가격하락 위험에 노출됨에 따라 탄소배출권선물 매도헤징 대응을 하게 된다. 반대로 할당량이 배출량 보다 작은 경우 탄소배출권의 부족은 가격상승 위험에 노출되고 이러한 위험은 탄소배출권선물 매입헤징으로 대응한다. 이월과 차입전략 또한 매도헤징과 매입헤징으로 각각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

제1차 계획기간 동안 유동성 부족과 가격상승 위험을 회피하고자 시장참여자들이 선호했던 전략이 장외파생을 이용한 스왑거래를 꼽을 수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거래유형 상 스왑거래라기 보다는 스프레드 거래에 더 가까운 거래였다. 플레인 바닐라 스왑 관점에서 보면, 현금흐름을 변동가격에서 고정가격으로 혹은 고정가격에서 변동가격으로 바꾸는 거래기법이다. 

탄소배출권 잉여업체가 배출권을 분할 매도할 경우 배출권 가격하락 리스크를 스왑거래로 고정 가격화하여 배출권 가격하락을 방지하게 된다. 

즉, 분할매도에 따른 변동가격수취에 대해서 탄소배출권 리시브 스왑포지션(고정가격 수취+변동가격 지불)을 취하게 되면 고정가격 수취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 반대로 부족업체가 분할 매입하는 경우 변동가격지불에 대해 탄소배출권 페이 스왑포지션(고정가격 지불+변동가격 수취)을 취하게 되면 고정가격 지불포지션으로 변경되면서 가격상승 리스크를 헤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파생상품거래로 유동성 부족 리스크와 가격 급등락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미래시점에 잉여·부족물량에 대한 처분·확보 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은 투기기능보다는 헤징기능이 상대적으로 크고, 레버리지 효과 및 탄소배출권 실물인수도(Physical Delivery Settlement) 결제방식을 채택할 경우 효율적인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하다.

탄소배출권시장은 여타 시장과 달리 비탄력적 공급곡선으로 인해 변동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현재, 국내 600여 시장참가자들은 탄소배출권 가격 및 유동성 리스크에 100% 노출돼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Going Concern)의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장내파생상품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끝으로 자본시장 통합법에 근거한 탄소배출권 중개시장 정비로 시장활성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