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갈등의 골' 깊어지는 10년 공공임대주택···해결은 '요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가 산정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분양 전환 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주자들과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분양 전환가를 설정토록 한 기존 계약 내용을 바꾸기 어렵다는 정부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도 성남시 일대를 시작으로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본격적인 분양 전환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 '분양 전환' 임박 단지 줄줄이 대기
16일 국토교통부(국토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예정물량은 전국적으로 12만 가구에 달한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만6000가구, 민간이 5만4000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줄여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입주자가 시세의 65% 이하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내면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후에는 분양 전환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분양가는 공공주택특별법상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설정된다. 조성 원가와 감정 원가 금액을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 정해지는 5년 공공임대와 달리 주변 시세와 함께 분양가가 같이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갈등의 불씨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간 집값이 고공행진을 한 탓에 분양 전환 시기를 맞은 임대아파트 분양가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판교 일대다. 오는 7월 판교에서 처음으로 분양 전환에 들어가는 '원마을12단지'를 비롯해 '산운마을11·12단지'(9월 분양 전환), '봇들마을3'(10월) 등이 줄줄이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 입주민들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 바꿔야"
입주자들은 분양 전환 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집값 폭등이 입주자 부담으로 전가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10년 임대주택 입주민들로 구성된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조성 원가 연계 방식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회 관계자는 "공공주택법 시행규칙상 확정 분양전환가는 감정평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어 민간 건설사의 경우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LH만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려 한다"면서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하는 공공주택인만큼 제도 취지대로 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만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들 단지의 분양전환가는 2개 감정평가업체가 평가한 가격을 산술 평균해 정해질 예정이다. 앞서 경기도 성남시 소재 10년 공공임대주택인 운중동 '산운마을9단지 대방노블랜드'의 감정평가액은 전용 84㎡ 기준 평균 8억원대로 산정된 바 있다.
2년 전 조기 분양전환를 실시했을 당시 분양전환가격이 평균 6억5000만원대로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상당하다. 이는 분양전환을 앞둔 입주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 국토부·LH '난색'···합의점 도출 '어려워'
하지만 국토부와 LH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재로선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입주 당시 분양가 산정 방식을 고시한 데다 이미 이러한 기준으로 분양 전환을 한 사례가 있는 만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여기에 이번에 예외를 허용하면 앞으로 모든 임대주택의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감정평가액 기준이란 원칙을 고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아예 쐐기를 박았다. 개정안에는 분양전환 준비 기간 연장, 대출 지원, 임대기간 연장 등이 담겼지만, 정작 논쟁의 핵심인 분양가 조정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5년 공공임대와 산정 방식을 동일하게 한다면 신뢰도 하락과 함께 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급 당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 고지가 된 만큼 문제될 부분이 없지만 최대한 다른 지원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LH의 입장도 비슷하다. LH 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겠으나 분양가 산정 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 임대주택 전환 등의 방안을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큰 집값 변동률로 인해 서민 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분양 전환이 임박한 단지들은 장기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해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