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유통업계 '마중물' 될까?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작지만 안정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롯데쇼핑, 1조629억원 규모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 점포 양도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리츠(REITs)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관련 시장 활성화에 마중물 노릇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츠는 '부동산투자신탁'이란 뜻이다. 주로 부동산 개발 사업과 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리츠 상장에 재도전할 뜻을 밝혔다. 홈플러스 리츠는 51개 점포로 이뤄진 부동산투자회사다. 홈플러스 점포를 매입하고, 여기에서 생긴 임대료와 자산매각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난 3월 홈플러스는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리츠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리츠를 통해 공모 희망가격(4530~5000원) 기준으로 1조5000억원~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리츠를 앞세워 인수로 인한 차입금 2조3000억원을 상환할 요량이었으나 뜻을 접어야 했다.
임 사장은 리츠 상장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싱가포르와 일본에서도 20년 전 리츠 사업을 시작해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며 "리츠는 부동산자산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작지만 안정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밝혔다.
롯데지주 자회사인 롯데쇼핑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롯데백화점 구리점 등 9개 점포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에 양도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해 임차하기로 결의했다.
롯데쇼핑이 이번에 롯데리츠에 양도하는 자산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청주점, 롯데마트 대구율하점, 청주점, 의왕점, 장유점으로 총 1조629억원 규모다.
이로써 롯데리츠는 지난 5월 9일 현물출자를 통해 취득한 롯데백화점 강남점(4249억원)을 포함한 백화점 4개와 아울렛 2개, 마트 4개 등 총 10개 점포를 소유하게 됐다.
신세계그룹 역시 자산 효율화를 위해 실적이 부진한 이마트 점포 등을 중심으로 리츠 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과거 리츠를 만들어 점포 매출이 부진했던 이마트 학성점을 약 311억원에 매각한 적이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이마트가 운영 중인 매장(이마트+트레이더스)은 총 155개로 이 중 이마트 매장은 82.7%를, 트레이더스 매장은 87.5%를 소유하고 있다. 해외 유통 회사들이 매장을 직접 보유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이커머스 등의 공세로 인해 성장 정체를 겪는 가운데 현금흐름 부담이 커지면서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에 매각하고,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온라인 업체 등에 밀리면서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을 리츠를 통해 유동화해 신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현금 출자를 통해 점포 효율화 등을 할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