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수지 전년比 25%↓···7년 만에 최소 수준
美中 무역분쟁·반도체 단가 하락·중국 성장률 감소 영향 6월 경상수지 63.8억달러 흑자···지난해 보다 14.4% 줄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1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6반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흑자 규모는 7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후퇴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중국 성장 부진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상품수지가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6월 월별 경상수지는 63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9년 6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21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289억달러)보다 24.67%, 직전 반기인 지난해 하반기(475억1000만달러)보다 54.17% 급감했다. 2011년 하반기 이후 16개 반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흑자폭은 유럽 재정위기를 겪었던 2012년 상반기(96억5000만달러 흑자) 이후 가장 적었다.
◆올 상반기 상품수지 6년 만에 최소 = 상품수지가 지난해 상반기 524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370억6000만달러 흑자로 대폭 줄었다. 2013년 상반기(337억3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흑자를 보였다. 수입이 2406억6000만달러로 1년 전(2552억9000만달러)보다 5.7% 축소된 가운데, 수출(2777억2000만달러)은 이보다 더 많은 전년동기(3077억7000만달러) 대비 9.8% 감소했다. 수출은 2년 반만에 첫 감소로, 결국 수출 감소세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끌어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교역량 부진 △반도체 단가 하락 △대(對) 중국·중동 수출 감소가 수출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수입의 경우 원유도입단가 하락,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수입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더해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상품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상품수지 흑자폭도 축소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행 및 운송을 포함한 서비스수지 적자가 작년부터 개선되는 한편, 본원소득수지가 전년 대비 흑자로 전환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 중 서비스수지 적자는 123억5000만 달러로 반기 기준으론 2016년 하반기(-95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운송수지는 16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동기(30억9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축소됐으며, 여행수지는 61억8000만달러 적자로 2016년 상반기(-39억2000만달러) 이후 최소 적자를 냈다. 여행수지 적자 축소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입국자수 증가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입국자수는 전년동기 대비 16.9% 증가한 8439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인과 일본인의 입국자수는 2802명, 1654명으로 각각 29.1%, 26.6% 1년 전보다 늘었다.
올 상반기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상반기 29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6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배당소득수입이 역대 1위인 104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배당소득지급액은 141억2000만달러로 역대 1위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154억9000만달러)보다 줄었다.
올 상반기 금융계정 순 자산은 23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240억9000만달러) 대비 줄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등 지분투자 확대로 직접투자에서 내국인 해외투자가 202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반기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지난해 하반기 기록한 206억8000만달러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46억8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341억7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20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6월 경상수지 2개월 연속 증가 = 월별 경상수지를 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63억8000만달러 흑자였다. 지난 4개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가 5월(48억1000만달러)에 흑자로 돌아선 이후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2018년 10월(93억5000만달러) 이후 8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상품수지는 62억7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6월(95억4000만달러)보다 32억7000만달러(34%) 급감했다. 수출이 큰폭 줄어든 탓이다. 수출은 439억90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5.9% 줄며,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377억2000만달러)도 전년동월 대비 11.8% 크게 줄었다. 수출과 수입 모두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비스수지는 20억9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동월 대비 적자 규모가 줄었다. 여행수지가 지난해 1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0억달러 적자로 다소 개선됐다. 국내 해외 여행객의 1인당 여행소비자 줄고 있는 데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늘어난 결과다.
본원소득수지는 27억7000만달러로 지난 2015년 1월(28억8000만달러) 이후 역대 2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전소득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다. 금융계정에선 6월에 65억2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30억4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 국내투자도 15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6억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95억1000만달러 각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