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내린 지 3개월···효과 '퇴색'

일평균 거래대금, 거래세 인하 전후 3개월比 9.7%↓ 성장 동력 잃은 증시 주 영향···미미한 인하폭도 한몫

2019-08-29     남궁영진 기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내린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거래대금은 되레 뒷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적 악재로 증시가 극심한 변동장세를 보인 영향으로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또 인하 폭이 미미한 까닭에 시장의 반응도 시원찮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가 인하되기 시작한 지난 5월30일부터 전날까지 3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7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하 3개월 전(9조6743억원)과 비교해 9.66%(934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인하 전 3개월간 일평균 거래대금 5조2918억원에서 인하 후 4조5894억원으로 13.27%(7024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역시 4조5894억원에서 5.29%(2320억원) 줄어든 4조3825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모험자본 투자 확대 및 투자자금의 원활한 회수, 국민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 등 주식 거래세율(코스피는 농특세 포함)은 지난 5월 30일 거래분부터 종전 0.30%에서 0.25%로 0.05%p 하향 조정됐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자본시장의 세(稅) 부담을 낮춰 국민 재산증식에 도움이 되는 한편,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로 경제 혁신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기대와는 정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3년 만에 단행된 증권거래세 인하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요인은 단연 대내외적 겹악재로 인한 증시 부진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 우려가 여전한 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국내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각한 영향으로 증시 성장판은 닫힌 형국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 인하에도 거래대금이 역행하는 것은 증시 부진이 주된 영향"이라며 "거래 규모는 상승장에 늘고, 하락장에 감소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주가 등락에 따라 거래 규모가 결정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예상보다 작은 거래세 인하 폭이 뚜렷한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를 소폭 내리는 것으로 대외 여건 등 악재로 인한 국내 증시 둔화를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거래규모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건 시장에 호재가 없기 때문인데,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통상무역 갈등 등 이슈가 부각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이번 인하폭(0.05%p)이 당초 기대했던 0.1%p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다만 0.05%p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만하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충분히 열렸기에 그런 부분들은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올해 거래세가 인하됐으니 빠르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에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수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하 속도를 완만하게 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