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세계로 뻗는 케이푸드, '지속 성장' 일군다

현지화·수출 양 날개 삼아 글로벌 시장 개척···품목별 선두기업 성과 쏠쏠

2019-09-25     장성윤 기자

[서울파이낸스 장성윤 기자] 한국 식품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다.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식품은 대표적 '내수 업종'으로 꼽혔다. 일찍이 몸집을 불린 식품 대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나빠도 그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 그러나 이제 환경이 바뀌었다. 케이푸드(K-Food)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가 됐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만 안주한다면 지속가능 성장이 불가능하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서울파이낸스>가 한국 식품업계의 세계화 노력과 성과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리온

오리온은 2013년 중국에서 매출 1조원을 거뒀다. 일등공신은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수분이 풍부한 마시멜로와 비스킷, 초콜릿을 버무려 만들었다. 

중국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좋은 친구'란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로 불린다. 오리온은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해 2008년 말부터 초코파이 포장지에 인자를 새겨 넣었다. 2016년에는 '초코파이 말차'를 출시해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2분기 선보인 '초코파이 딸기맛'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한다. 

중국 외에 오리온은 1995년 베트남, 2003년 러시아에 진출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 제과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인도 제과 시장은 연 11조원 규모다. 게다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는 13억에 달하는 인구와 넓은 국토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현지 제조업체와 손잡고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로 러시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7년 러시아에 수출한 밀키스는 124만 상자. 전년 대비 55% 늘어난 수치다. 

러시아에서 밀키스가 사랑 받는 이유는 그동안 러시아인들이 맛보지 못했던 우유가 들어간 탄산음료라는 점과 한국에서도 없는 딸기, 메론, 사과, 파인애플, 복숭아, 오렌지, 망고, 포도, 레몬, 바나나, 오리지널 등 11가지 맛으로 선택 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1990년대 러시아에서 밀키스 '오리지널'만 선보였다. 이후 러시아에서 다양한 과일이 생산된다는 점을 겨냥해 '오렌지'와 '딸기'를 추가했다. 이들이 인기를 끌자 새로운 과일 맛을 계속 출시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농심

파워 브랜드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교포 시장에 힘을 기울이던 농심은 21세기 들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직접 현지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주류(메인 스트림) 시장으로까지 사업 무대를 넓힌 셈이다.  

지난해 농심의 해외 매출은 7억6000만달러. 2017년보다 18% 늘어난 실적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최대 실적을 거뒀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매출도 23%가량 늘었다. 

농심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코로나에 두 번째 현지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내년 초 공사가 시작될 미국 2공장은  LA 1공장보다 3배 넓은 15만4000㎡(4만6500평) 부지에 지어진다. 투자 금액은 총 2억달러로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농심은 유탕면 생산설비만 있는 1공장과 달리 2공장에 건면과 생면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오는 2021년 말 2공장이 가동될 경우, 2025년까지 미주지역에서만 연간 6억달러 매출이 기대된다. 현재 매출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심 관계자는 "1공장 생산량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라면서 "미국 서부는 생산기지로 삼고, 동부 주요 지역에 물류 거점을 세워 생산과 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카스 수출 활성화를 위해 몽골을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높아진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에 힘입어 카스는 동남아시아, 중국, 대만, 홍콩,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두루 인기를 얻었다. 
 
오비맥주는 현재 홍콩과 일본 등에 연간 1억달러 이상 맥주를 수출한다. 해외에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약하던 1980년대 초반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출이었지만, 이후 제조업자설계개발생산(ODM)으로 바꿨다. 1990년대 후반 수출이 주춤하자 사업구조 다각화를 꾀한 것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카스 수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몽골에선 프리미엄 맥주 시장 1위에 올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몽골 등 아시아 시장 판로 개척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국가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공략하고 국산 맥주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소주 세계화'에 힘을 쏟는 하이트진로 역시 해외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5384만달러로 전년 대비 12.5% 늘었다. 주류 시장이 쪼그라드는 일본(-2.9%)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실적이 좋았다. 지역별 수출 실적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420만달러, 미주 지역 1082만달러,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지역 786만달러,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172만달러 등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 실적은 2013년 5804만달러를 기록한 뒤, 2015년 4082만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일본 주류 시장 침체 영향이 컸다. 하지만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반등을 이뤄냈다. 전년 대비 소주 수출 증가율이 2016년 8%, 2017년 8.5%, 2018년 12.5%로 높아졌다. 하이트진로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품목 확대, 현지화 노력 등의 효과로 여긴다. 

지난해 1월 하이트진로는 수출 전용 '자두에이슬'을 동남아시아에서 선보였다. 9월엔 미국에도 수출하며, 현지 소비자 대상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미국 법인 하이트진로아메리카는 지난해 10월 동부 뉴욕을 시작으로 한 달간 주요 대도시에서 자두에이슬 홍보용 대형버스를 운행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상무는 "세계 각 지역 현지 소비자 대상 소주 세계화 전략이 아시아 지역부터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소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