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수익'에 멍든 은행···DLF 판매 KPI, 타행의 최대 7배
소비자보호 배점은 -2% 감점항목 운영···비이자수익 목표치 매년 상향 DLF 판매 결정 과정에 내부 의사결정 조작···판매직원엔 중요 정보 미제공 잔존서류 전수조사 결과 불완전판매 20%···분쟁조정 등 통해 비중 상향 전망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당 상품에대한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을 경쟁은행에 비해 2~7배 높게 설정한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DLF 상품 출시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을 조작하거나 생략한 채 상품을 출시했으며, 상품에 대한 중요 정보를 판매직원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판매만 독려했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DLF 관련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비이자수익에 대해 일반영업점 10%, PB센터 20%를 배점했고 하나은행도 일반영업점은 11.8%, PB센터는 20.8%를 배점했다.
반면 소비자보호는 각각 -2%, -4% 등 감점항목으로 운영해 잘해야 본전, 제대로 조치하지 않더라도 유치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크도록 했다.
쉽게 말하면 PB센터 등에서 어떻게든 DLF 상품 한 건을 유치하는 게 소비자보호 조치 때문에 상품 유치에 실패하는 것보다 핵심성과지표(KPI)에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는 DLF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다른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에 별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배점을 책정하고 소비자보호 항목에 최고 10% 수준의 높은 배점을 부여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은행의 비이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목표치를 매년 상향 제시하고, 본점에서 일(日)단위로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하는 등 조치를 한 사실도 발견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그룹차원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 목표치를 2017년 990억원, 2018년 1950억원(전년대비 97.0%↑), 2019년 2344억원(전년대비 20.2%↑)으로 매년 확대했다.
KEB하나은행은 사모DLF 판매 목표를 2018년 6500억원, 2019년 1조원으로 상향조정했고, 계열사에서 발행한 DLS 관련 사모DLF 판매 목표를 일별·주별로 제시한 뒤 매일 달성을 독려했다.
이들 은행은 DLF 상품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승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일부는 참석위원의 의견을 임의 기재해 승인하기까지 했다.
우리은행에서 2017년5월~2019년 6월 중 설정된 금리연계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건 2건에 불과했다.
이번에 손실사태가 발생한 독일국채 DLF의 경우 우리은행은 올해 3월11일 위원회를 서면 개최하면서 결의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해당 상품이 3월 13일 출시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부 게시판에 3월 12일 공개했다.
일부 위원들이 출시 거부 의견을 나타내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하거나, 상품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의견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이 2016년 5월~2019년5월 기간동안 설정한 DLF 상품 753건 중에서는 상품위원회에 부의된 건이 6건에 불과했다. 이번 손실사태가 발생한 DLF는 과거 부의 건과 기초자산 일부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위원회 결의를 생략했다.
우리·KEB하나은행은 DLF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리스크 분석은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했고, 이를 활용해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상품 구조를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신규 판매했다.
그럼에도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 은행 본점에서는 영업점 판매직원에게 손실가능성과 금리변동성 등 상품의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
판매지원 교육자료에도 단순 과거금리 추이를 기준으로 진행한 백테스트 결과(손실률 0%)와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 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은행 본점에서도 '손실확률이 극히 적다'는 점을 강조해 상품을 판매한 사례를 우수 판매 전략으로 선정하고 다른 영업점에서도 활용토록 해 안전자산(예금형) 선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때문에 영업직원과 PB들이 투자자들에게 DLF상품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광고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원금손실이 거의 없는 고수익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해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의심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번 DLF 손실 사태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거나, 투자자 성향 파악의무 위반, 무자격자 판매, 고령 투자자 보호 절차 위반 등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의심사례는 20% 내외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2006건, KEB하나은행 1984건 등 DLF 잔존계좌의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했으며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서류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향후 분쟁조정 등 추가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승연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번 합동 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검토 등을 거쳐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여부와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분쟁조정 신청건에 대한 민원 현장조사와 검사결과 등을 토대로 법률검토 등을 거쳐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