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용량' 벽 허물기 바람

편의점, 대용량 상품 매출 치솟고···대형마트, 1·2인 가구 겨냥 소용량 구색 강화

2019-10-22     박지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편의점과 대형마트 간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1인 가구 손님이 많은 편의점에서 소용량을 팔고, 가족 단위 손님이 대부분인 대형마트에선 대용량을 팔았다. 그러나 최근 편의점에서 대용량·묶음을 선보이고, 대형마트는 소용량·소포장을 늘리고 있다.

22일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초특가 과일 2탄으로 바나나 5개가 들어간 '반값 바나나'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가격은 1600원. BGF리테일에 따르면, 이는 개당 320원꼴로,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1~2개들이 바나나보다 절반 이상 싸다.

CU에서 지난달부터 선보인 초특가 과일 1탄 반값 사과(5개·2500원)는 기존 편의점 과일을 대표하던 1입 과일, 컵과일 등을 제치고 단숨에 CU 과일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편의점 과일은 1입 세척과일, 컵과일, 미니과일 등 소용량 상품 위주로 판매가 됐지만 최근엔 가족주택가 입지를 중심으로 대용량 과일에 대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관련 상품 매출 역시 전년보다 5배 이상 치솟았다.

CU의 전년 대비 과일 매출증가율은 2015년 15.3%, 2016년 21.5%, 2017년 16.3%, 지난해 13.2% 등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올해는 대용량 과일 인기에 힘입어 1~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9% 뛰었다.

이러한 인기의 이유로 BGF리테일은 CU에서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대용량 과일을 실험적으로 판매하는 등 틈새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에스(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선 일반 김밥보다 길이가 약 1.5배 큰 서장훈 김밥과 207㎜ 길이에 달하는 서장훈 소시지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서장훈 시리즈 출시 전과 후(9월 20일~10월 14일 기준)의 김밥, 소시지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15.7%, 26.5%였다.

이마트가

신세계그룹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는 지난 7월에 2개를 구매하면 3개를 추가로 주는 '2+3바나나'를 내놨다. 가격은 1550원으로 개당 310원 꼴이다. 기존 1입(800원) 바나나보다 개당 60% 이상 싸다.

2+3바나나는 출시 후 바로 이마트24 과일 상품 중 1위에 올랐다. 2+3바나나 출시 전 과일 상품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1% 증가한 반면, 2+3바나나 출시 후인 8~9월에는 전년 대비 62.9% 치솟았다. 이마트24의 바나나 매출은 전년 보다 2017년 70.1%, 지난해 76.5%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용량·소포장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6월 선보인 나혼자 수박의 한 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났다. 이마트가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반쪽수박'과 '4분의1쪽 수박'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과 견줘 160% 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4년 중량별 수박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전체 수박 매출의 4%였던 5kg 미만의 수박 매출 구성비가 지난해에는 17.6%로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5~8kg 미만 수박의 매출 비중도 2015년 42.3%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으며 51.9%까지 뛰었다.

롯데마트 역시 1인 가구를 겨냥해 소포장 한 끼 상품코너를 마련했다. 소포장 과일과 채소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점포들을 1~2인 가구를 겨냥해 신선·간편식 전문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해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량과 관계없이 가성비 높은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