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브랜드 품은 삼척 중앙시장 재기 '날갯짓'

탄광 산업 시들해져 20년 동안 내리막길···청년몰·상생스토어 열고 부활 기대

2019-10-24     박지수 기자
이마트는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아이들 데리고 시장에 오기가 쉽지 않은데 여긴 아이들과 함께 와도 편하게 잘 돼있네요."(삼척시 주민 강민구씨)

24일 강원도 삼척시 남양동에 자리한 중앙시장에 가보니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 이마트는 삼척 중앙시장 C동 2층에 312㎡(약95평) 규모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을 열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지난 2015년 선보인 자체 브랜드(PB)다.

삼척 중앙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강원도(어린이 놀이터·장난감 도서관·청년몰)와 이마트(노브랜드 상생스토어·&라운지(스터디카페)·키즈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가족이 함께 찾아 엄마 장보고 아빠는 아이와 놀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에 들어서니 노브랜드를 알리는 노랑색이 시장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들었다. 2층 입구에 들어서면 청년몰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청년몰은 다음달 전면 개장할 예정인데, 아직은 한 곳 밖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이 놀이터와 장난감 도서관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볐다. 어린이 놀이터와 장난감 도서관엔 삼척시 직원이 상주해 있을 예정이다. 단, 아이 혼자는 입장할 수 없으며, 보호자가 돌봐야 한다. 장난감의 경우 삼척시민은 1000원, 타 지역 주민에겐 2000원을 받고 빌려준다.

이 날 만난 한 손님은 "아이엄마는 현재 장보러 가서 내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삼척시에 아이들과 갈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오는 부모를 거의 만나볼 수 없었지만 오늘은 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층에 있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100여명이 넘는 손님들로 활기를 띄었다. 대부분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었으며, 연령대는 다양했다.

비교적 30·40대의 젊은 손님들은 상품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50대 이상의 비교적 고령층의 손님들은 상품에 쓰여 있는 안내글을 한참 들여다 봤다.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상인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선다고 해서 한 번 와봤다"며 "여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나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인과 함께 방문한 60대의 한 할머니는 상품 설명서를 한참 들여다보다 "에구 나는 모르겄네"라며 물건을 내려놓기도 했다. 결국 이 할머니는 직원에게 도움을 청해 겨우 물건을 구매했다.

이마트는

◇번성했던 탄광 쇠퇴로 20년 동안 내리막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서는 C동 2층은 20여년간 공실로 비워져 있던 공간이었다. 이마트와 삼척 중앙시장의 만남은 지난 2017년 11월 강원도에 의해 이뤄졌고, 상인회와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공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삼척 중앙시장은 1770년 읍내장으로 시작해 1975년 상설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삼척지역 탄광 산업 발달로 번성했던 시장은 탄광 산업 쇠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시장을 찾는 소비자 중 46%가 50대 이상이다. 게다가 시장 내 550여개 가게 중 167개는 20여년간 비어있을 정도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삼척시는 주차장, 승강기 등을 갖추고 2층과 3층 일부를 사들였다. 미술관 유치 계획도 세웠는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향을 틀었다.

특히 이번 상생스토어는 시작 단계부터 이마트와 삼척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삼척시는 최대 12개월 임차료를 지원하는 한편 인테리어비 최대 60%지원, 청년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먹고 즐길 수 있는 공용공간과 각종 부대시설을 제공했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상인들은 "시장이 활기차졌다"며 웃음꽃을 피었다. 한 상인은 "편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장에 음식을 먹고 가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나물을 파는 한 상인은 "오늘 생겨서 신기함에 와 본 손님도 많다"며 "손님은 많아졌지만 우리같은 상인 매출은 아직 거기서 거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브랜드 매장 수익성 '불확실'하지만 진정한 상생 기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관계'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업형 유통이 오히려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날 김원기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TF팀 과장은 "신선식품이 없는 상황에서 이익이 나기는 솔직히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진정성'을 강조했다. 노브랜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중소기업 상품이 70%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유통 패러다임이 변화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 속에서 오프라인만이 할 수 있는 상생과 협력을 저희 이마트에서 선도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종광 삼척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을 통해 시장을 삼척의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