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주사 체제 밖에서 170개 계열사 지배
경제력 집중 여전···정부 지배구조 투명 정책 '무색'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정부의 지배구조 투명화 정책으로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늘어났지만 총수일가가 여전히 170여 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지주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를 이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경제력 집중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대상은 올해 9월 기준 173개 지주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1983개다.
9월 말 현재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대기업집단인 '전환집단'은 모두 23개로 지난해 22개보다 1개 줄었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 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의 100분의 50 이상인 대기업집단이다.
구체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은 롯데, 효성, HDC 등 세 곳이었다. 대기업 집단으로 편입된 집단은 애경 1곳,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집단은 메리츠금융, 한진중공업, 한솔 등 3곳이다.
23개 전환집단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1개였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 27.4%, 49.7%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줄었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은 다소 늘었다. 새로 전환집단에 포함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 지분율(각 9.4%·7.4%)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53.3%·45.9%)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환집단은 전체 962개 계열사 중 760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했다.
공정위는 "새롭게 전환된 집단 중 효성과 애경의 경우 총수지분율이 효성 9.4%, 애경 7.4%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효성 53.3%, 애경 45.9%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집계됐다. 이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81개,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8개였다. 170개 중 64%인 109개(81+28개)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잠재적 위험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올해 기준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사는 94개로 전체 지주사의 54.3%였다. 지난해 59.5%보다 5.2%p 줄었다. 공정위는 중장기적으로 자산총액 최소규모에 대한 유예기간이 만료되어감에 따라 중소지주사들은 지주사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7월 1일부터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시행해 지주사 자산요건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대신 기존 중견 지주회사(자산총액 5000억 미만)는 10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에 지주사가 신청하면 지주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지주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33.3%보다 약 1% 늘어난 34.2%였다. 지주사 173개의 평균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는 각각 5.3개, 5.6개, 0.5개였다. 자회사가 지난해보다 0.3개, 손자회사가 0.4개 늘었고 증손회사는 변동이 없었다.
일반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은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였고 손자회사 지분율은 평균 82.5%(상장 43.7%, 비상장 84.5%)였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상장 때 20%, 비상장인 경우 40% 이상 보유해야 하므로 실제 지분율은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중 지분율 30% 미만은 42개(20.4%), 손자회사는 8개(16.6%)였다. 비상장회사 중 지분율 50% 미만은 자회사 55개(8.8%), 손자회사 61개(6.9%)다.
내부거래 비중은 일반지주회사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15.82%로 지난해 17.16%보다 감소했으나 일반집단 9.87%보다 높았다. 일반집단은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총 59개)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23개 전환집단)을 제외한 집단이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 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편취 규제대상이거나 이의 사각지대에 있어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및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이 지주회사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계속해서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 등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