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 후보' 잇단 손사래···차기 금투협회장 향방은?

유상호·최현만 "회삿일 우선" 고사···'자리 부담'도 주저 요인 지목 나재철·정기승 '유이한' 출사표···8일까지 공모, "결과 예측 어려워"

2019-11-26     남궁영진 기자
사진=남궁영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공모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가 나설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고 있다. 항간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인물들이 속속 불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일조하는 등 협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는 충분하지만, 맞닥뜨려야 할 사안들이 부담스러워 잇따라 발을 뺀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그간 업계에 퍼졌던 금투협 회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유 부회장은 "최근 업계 동료 분들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 애정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로부터 금융투자협회장 출마 권유와 격려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회사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약하나마 계속 힘을 보태 달라는 사측 요청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전 협회장 선거에서도 출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유 부회장은 이번에도 가장 먼저 하마평에 올랐다. 이에 협회장 공석을 메워줄 인물로 높게 점쳐졌지만, 회사 측의 요청에 출마 의지를 거둬들인 것이다. 

앞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도 협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자연스레 후보로 꼽혔지만 '회삿일 전념'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분주한 상황인데, 수장으로의 자리를 지키고자 한 결정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전 선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던 손복조 전 토러스투자증권 회장과 관료 출신인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최방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등도 후보군에 오르지만, 당사자들은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본인이 협회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해도 회사 사정이나 주변의 만류 등으로 출마 의지를 접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회장 자리가 주는 막중함에 따른 부담도 출마를 주저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협회장은 자본시장 발전을 이끌고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가뜩이나 쏟아야 할 역량이 많다"며 "여기에 다수 회원사를 챙겨야 하고, 내부 조직도 신경쓰는 등 여러 부분에서 피로도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회장 자리는 능력과는 별개로 임기 중 때때로 악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선호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전임 회장의 급작스러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후보들이 출마 의지를 접었거나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이날 차기 금투협회장 도전을 결심했다. 이로써 앞서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과 차기 금투협회장으로 출사표를 내민 '유이(唯二)한' 인물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나 사장은 중견 CEO 출신으로 초대형IB와 중소형 증권사 간 균형 잡힌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민, 관, 정 이해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금투협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4일까지 차기 회장 후보군 공모에 들어갔다. 후추위는 이후 서류와 면접, 심사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296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회원 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차기 회장에 선출된다. 금투협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후보가 자본시장 발전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회원사에 어떤 공약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3대 회장 선거 당시 황영기 전 회장이 '2중'이란 평가를 딛고 당선된 사례를 보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