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랠리에도···美 백만장자 40% "내년 경제 흐림"

2019-12-29     김호성 기자
사진=뉴욕증권거래소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국 고액자산가들은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뉴욕증시 전망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비중의 미 고액자산가들은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완만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역시 올해에 비해 둔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연말 강한 주가 랠리가 새해 강세장에 대한 기대를 앞세운 것이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과 반대되는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현지시각 27일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 투자자산을 보유한 미국 고액자산가 7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내년 실물경기와 주식시장 향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설문조사에 응한 고액자산가 가운데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39%에 달했다. 올해 6월 조사 당시 내년 미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고액자산가들의 전망은 14%에 불과했다. 반년새 경기 전망이 크게 후퇴한 것이다. CNBC의 백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매년 두차례 이뤄진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응답자는 27%에 그쳤고, 14%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5% 혹은 그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54%로, 6월 설문조사 당시 65%와 비교해 상당폭 떨어졌다. 올해S&P500 지수가 27%를 웃도는 상승세를 연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주가 상승 기대가 의외로 저조한 셈이다.

이들이 내년 주식시장에서 기대한 평균 수익률은 4.0~5.9%였다. CNBC는 "고액 자산가들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 경제와 증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내년 증시의 최대 변수로 미 고액자산가들은 11월 대선을 꼽았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법인세 인상 등 진보적 공약들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을 보이는 자산가들 가운데 51%가 내년 뉴욕증시에 대해 보합 혹은 완만한 하락 전망을 내놓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가운데 43%가 내년 뉴욕증시의 하락을 점치고 있고,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15%가 주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묻는 질문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고액자산가들이 36%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 소속의 조 바이든 전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각각 14%, 8%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