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 '4파전'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국내 유통 공룡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2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점 입찰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입찰에는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업계 빅4 사업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번 입찰 공고 대상 사업권은 대기업 5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총 8개 구역으로 연 매출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총 1만1645㎡규모로 50개 매장이 대상이다. 대기업은 판매품목이 상이한 사업권에 한해 중복낙찰이 가능하지만, 동일품목 중복낙찰은 금지됐다. 최대 3개까지 사업권 낙찰이 가능하다.
입찰 대상 구역은 DF2(화장품·향수), DF3(술·담배·포장식품), DF4(술·담배), DF6(패션·잡화), DF7(패션·잡화), DF9(전 품목), DF10(전 품목), DF12(술·담배) 등으로 올해 8월 계약이 끝난다. 현재 입찰에 나온 구역 중 DF2·4·6 구역은 신라면세점이 운영하고 있으며, DF3 구역은 롯데면세점, DF7 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각각 운영 중이다.
신청서를 접수한 사업자들은 이달 27일 점포 운영 계획 등을 담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관세청 심사를 통해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다. 사업 기간은 매장 운영일로부터 5년간이며,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9월부터 영업할 수 있다. 향후 최대 5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는 일찍이 입찰 참여를 예고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입찰 구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로, 이들이 지난해 인천공항 T1 면세점에서 기록한 매출만 1조원이 넘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무역센터점을 개점하며 면세 사업에 뛰어었고, 지난 20일에는 기존 두산(두타면세점)이 운영하던 자리에 2호점인 동대문점을 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사업능력 60%, 입찰가격 40% 비율로 평가해 가장 점수가 높은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계약자가 관세청으로부터 특허 심사 승인을 받으면 최종 운영사업자로 확정된다. 최종 선정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점 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경쟁 과열 양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공항 이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하루 평균 20만명이었던 이용객 수는 이달 23일 10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전은 흥행에 성공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전 세계 면세점 중 1위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점 업계 전체적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면세점 바잉파워(구매력)를 확대하기 위해서 인천공항은 중요한 거점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