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순익 절반은 상위 10곳 ···'양극화' 심화
10곳 순익 4041억 '전체 291곳 중 49.8%'···적자 운용사 97곳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절반은 상위 운용사 10곳이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수렁에 빠진 곳도 100곳에 육박해 규모별 양극화 현상이 여전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자본금 유지요건 미달 등 부실 운용사에 대해 적극 퇴출할 방침을 밝히면서 운용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291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81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5789억원)와 비교해 40.2% 급증한 수준이다.
운용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실적 개선세를 지속, 압도적 1인자 자리를 굳혔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138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608억원) 대비 128%에 달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이미 상반기 846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연간 실적을 넘어선 바 있다.
글로벌 ETF 비즈니스를 비롯한 해외법인의 호조가 깜짝실적을 견인했고, TDF(타깃데이터펀드)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연금펀드와 다양한 안정형 상품에서 자금유입이 이뤄졌다. 지분법 손익이 증가한 것도 호실적에 주효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전년(474억원) 대비 13.5% 증가한 5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 기록했던 연간 사상 최대치(540억원)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운용자산(AUM) 규모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가운데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집중됐다.
KB자산운용(455억원)도 단기금융상품 및 부동산 펀드 등에서 설정액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부문에서 선전하며 3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18년 300억원에 이어 지난해 400억원대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채권 및 해외부동산 펀드 부문의 성장이 주효했다.
운용업계 자본 순위 4위인 한화자산운용은 순이익 171억원에 그쳤다. 전년(226억원) 24% 뒷걸음했고, 최대 실적인 2년 전(382억원)보다는 반 토막 수준이다. 하반기 증시 변동성 확대로 주식·단기금융 상품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최근 5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 자본 규모 2위에 도약이 예고된 가운데 글로벌 부문 확장에 주력,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장본인인 라임자산운용이 당기순손실 13억5000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이 눈길을 끈다. 라임운용은 2018년 83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1년 새 고꾸라졌다. 국내 1위 헤지펀드사였지만, 펀드 운용 과정에서 각종 위법을 자행한 혐의가 속속 드러나며 몰락했다.
미래에셋운용을 비롯한 상위 10곳의 순이익 합은 40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291개 자산운용사(8117억원)의 49.8% 비중을 점한다. 자기자본 '빅5'의 순이익도 3064억원으로 전체의 37.7%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97곳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 신세가 되면서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적자 비중이 절반을 웃돌던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규 자산운용사가 지속적으로 진입하면서, 전문사모운용사를 중심으로 적자비율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지난해 초 10억원으로 다시 내렸다. 또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췄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입 요건 완화 전후로 자산운용사가 급증한 가운데, 아무래도 업력이 짧은 회사들은 수익 기반이 취약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향후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탁고 추이를 살펴보는 한편, 재무현황과 리스크 관리 실태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계 자산운용사들의 잇단 '등록취소'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규모별 양극화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통해 자본금(7억원), 6개월 내 수탁고 0원 등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운용사를 '패스트트랙'으로 적극 퇴출할 방침을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의 일환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0억원 이하 운용사는 12개로, 이들 회사는 모두 적자를 내면서 7억원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등록 취소' 처분을 받는 자산운용사가 점진적으로 늘 수 있다"면서도 "운용사는 리스크 통제와 투자자 보호면에 있어 자본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요건도 못 맞추는 곳의 퇴출은 시장 건전성 차원에서라도 합리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