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IMF보다 심각"···고강도 자구책 예고

9일 사내게시판에 어려움 호소 "장기화 시 회사생존 담보받기 어려워"

2020-03-10     주진희 기자
우기홍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적사 1위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어려운 경영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 고강도 자구책을 예고하며 임직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공급을 약 18% 정도만 감축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둘째 주 기준으로 총 124개 노선 중 89개 운휴에 이어 남은 노선들 또한 대폭 감편해 운항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선 기준 주간 운항횟수 920회 가운데 80% 이상의 운항을 중단한 셈이다.

우 사장은 "공급 감축에 따라 회사의 수익도 하락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며 "더 심각한 것은 언제든지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것과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직면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 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주기된 상태고, 2만1000여 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지만 필요한 업무량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회사의 자구노력과 자발적인 휴가 소진 등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했으나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 받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대상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 또는 확산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 자발적 공급을 축소하거나 투자 집행 시기를 연기하는 등 자구책을 시행해왔다. 동시에 희망휴직과 연차휴가 소진 등 경상비용 축소 노력도 병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종식시기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우 사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것은 보다 더 강한 자구책 시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리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타 항공사들은 전 임원의 사표제출은 물론 임금 반납, 직원들의 무급 휴직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한 데 이어 이달도 정상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상황을 직원들에게 알린 상태다.

우 사장은 "지난 51년간 수많은 대내외적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 현재의 대한항공을 만들어왔다"며 "지금껏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건 회사의 기초 체력이 그만큼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부득이 임직원의 협조를 구하게 될 경우에도 개인의 희생은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본 원칙은 철저히 지킬 예정이며, 저를 포함한 전 임원이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