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조 "새벽배송 중단하라"···코로나19로 물량 폭증
비인간적 무한경쟁 시스템 탓에 40대 비정규직 쿠팡맨 사망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쿠팡 노동조합이 '새벽배송' 중단을 촉구했다. 최근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노동자(쿠팡맨)가 배송 도중 숨진 게 과로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이 죽음의 배송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쿠팡지부(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물량과 배송을 데이터로만 표현하는데, 그곳에는 사람이 없다"며 "편리함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무한 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쿠팡맨에겐 쉴 시간도 제대로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주일 동안 쿠팡맨 휴게시간을 알아보니, 한 캠프 소속 22명 중 휴게시간을 사용한 경우는 7명에 불과했다. 평균 휴게시간도 49분에 그쳤다.
노조가 지난해 8월14~2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88명 중 209명이 휴게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93명은 아예 휴게시간이 없다고 했다.
노조는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 배송 산업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배송 노동자의 처우는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정규직 고용 원칙 △노동 친화적 배송 환경 마련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성실교섭 이행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송 물량이 폭증했다면서, 3월 쿠팡의 배송 물량이 지난해 8월보다 22%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습 쿠팡맨이라도 적은 물량을 소화하는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은 코로나19로 늘어난 배송 물량에 대해 "쿠팡 플렉스(쿠팡맨이 아닌 일반인이 자기 차량으로 배달하는 방식)를 3배가량 증원해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