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비용·짧은 공사기간···건설사, '모듈러주택' 사업 본격화

GS·SK·계룡·포스코A&C, 공법 도입 잰걸음···효율성 높아 신사업 귀한대접

2020-03-24     이진희 기자
가양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레고형 건축'으로 불리는 모듈러 주택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취약한 단열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며 업계에서 외면받았다면, 최근엔 저렴한 건축비·짧은 공사기간 등 장점이 부각돼 신사업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실내장식·내장목공사업 △조립식 욕실·욕실제품의 제조, 판매·보수 유지관리업 등 2건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모듈러 주택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GS건설은 올해 초 유럽·미국의 모듈러 업체 3곳을 동시에 인수, 모듈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모듈러 회사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GS건설은 인수한 회사를 중심으로 모듈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너지를 통해 해외 주택시장 공략은 물론 미국, 유럽의 선진화된 기술을 도입, 고층 모듈러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국내 협력업체와 손잡고 모듈러 공법 활용을 협력하기로 했다. 모듈러 제작·시공 전문업체인 유창이앤씨와 함께 기존보다 튼튼한 철골 구조의 모듈화된 현장사무실을 개발할 예정이다. 아파트 옥탑과 재활용·자전거 보관소, 공기청정 부스에도 모듈러 방식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 계열의 포스코A&C와 계룡건설도 모듈러 주택 사업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돌입했다. 포스코A&C는 옛 모듈러 사업 브랜드 '뮤토(MUTO)' 를 '이노하이브(INNOHIVE)'로 바꾸기 위해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이날 주총을 연 계룡건설은 모듈러주택 제작·관리·유통업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사업목적을 새로 추가했다.

건설사들이 모듈러 사업에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효율성 때문이다. 모듈러 주택은 거실과 주방, 화장실 등 공장에서 70~80%가량 제작된 집을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면 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은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 등으로 이어진다. 일반 주택과 달리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공기를 줄일 수 있고,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을 줄여 원가를 낮추는 구조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선 6층 이하의 저층 모듈러 주택만 건설됐으나, 중고층 모듈러 주택 건축이 가능해지면 건설사들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공공주택에 모듈러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증사업'에 필요한 공공주택 부지를 공모했다.

공모에서 우선협상 대상지로 선정된 경기도시공사는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업부지'에 중고층 모듈러 주택을 지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연구원이 연구한 모듈러공법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13층 이상의 건축물 건설의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듈러 건설은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 조달 과정 혁신을 위해 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라며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 및 기준의 개선과 동시에 산업의 생태계 구축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