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4세경영 포기' 파격선언에···삼성그룹株 급등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논란 잠재울 듯 금투업계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 평가 재계 "착잡···존중받는 글로벌 기업 기대"

2020-05-07     김호성 기자
이재용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직후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등했다. 

6일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 받을 일 하지 않겠다", "노조문제로 상처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등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은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다. 이에 대해 '예상을 뛰어 넘는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의 주요 계열사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대비 6.61% 급등한 1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보도된 오후 3시 이후 장중 10.61%(11만500원)까지 치솟았다. 삼성물산우B(우선주) 주가는 전일 대비 4.87% 상승한 7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호텔신라우(우선주)는 장중 23%까지 뛰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해 7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경영중이다.

삼성물산(6.61%), 삼성전기(4.57%), 삼성SDS(3.51%), 삼성바이오로직스(3.42%), 삼성중공업(2.40%) 등도 코스피지수보다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76%다. 

특히 삼성물산의 상승률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계열사로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17.23%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33.24%를 차지한다. 금투업계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앞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삼성물산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검찰의 수사상에 올랐던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 대해서도 이번 이 부회장의 4세 경영권 포기 선언이 일정 부분 의혹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2018년 11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두 회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해 왔다. 이 부회장이 이번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4세 경영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더 이상의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고하게 피력한 것이다. 

금투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으로 인해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날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에 대해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안정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국민이 삼성을 존중과 자랑으로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총수가 국민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착잡한 심정이다"라며 "삼성이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