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양극화'···경쟁률 고공행진에도 미달 속출

수도권·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 뚜렷

2020-05-13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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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비인기지역에선 수백가구 모집에 10건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범위 확대에 나서면서 국지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민영 단지는 총 70곳으로, 이중 55개 단지(78%)에서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공급된 전체 일반분양 가구 수는 2만3095가구로 무려 70만건이 넘는 청약이 접수돼 평균 30.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던 2월 1순위 청약자 수는 20만건을 넘었으며, 3월에도 35만여명이 1순위 청약에 나섰다.

올해 청약시장은 '풍선효과'가 일었던 수도권 서남부 등지를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인천 부평구에서 분양한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은 53가구 모집에 무려 1만7670가구가 몰리면서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25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원시 팔달구에서 분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에는 1074가구 모집에 올해 가장 많은 청약자 수인 15만6505건이 접수됐다.

세자릿수 경쟁률 단지들도 속출했다. 지난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선 단지가 국민과 민영을 포함해 총 15곳이었지만, 올해는 이달까지 민영에서만 8곳에 달했다. 부산 해운대구 '쌍용 더플래티넘 해운대'와 전북 전주시 '전주 우아한시티' 등에서도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서울·대구·하남 등에서 100대 1의 경쟁률 단지가 이어졌다.

이는 신규 아파트 선호 현상을 비롯해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로또청약'을 노리기 위한 수요가 쏟아진 결과다. 이에 반해 수도권 비인기지역을 비롯해 지방 군소지역 등지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브랜드 아파트보다는 중소 건설사에서 더욱 짙게 나타났다. 전국 15곳의 미분양 발생 단지 가운데 12개 단지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상위 10대 건설사에서 공급한 브랜드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분양한 강원 속초시 '속초2차 아이파크'가 유일했다.

충남 당진시 '당진 효성 해링턴플레이스'(670가구)에서는 해당지역에 단 1건의 청약도 접수되지 않았고, 모든 가구 평형에서 미달됐다. 뿐만 아니라 강원 평창군 '평창 앨리엇아파트'(150가구), 제주 서귀포시 '테라시티 더숨'(48가구), 경북 상주시 '냉림동 현대 유니언'(68가구) 등의 단지들에서는 청약 건수가 10건이 채 되지 않았다. 당진·서귀포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미분양 관리 중인 비인기지역이다.

게다가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수도권(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 및 지방 광역시(도시지역) 등지에 기존 6개월 수준이었던 분양권 전매제한을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 등 수도권 주요지역으로 집중된 규제 탓에 수도권 외곽지역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일었지만, 규제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도권 일대로 쏠릴 이유가 사라진 것. 결국 '되는 곳만 되는' 청약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매제한 강화로 인기지역의 경우 모두 전매제한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비인기지역으로 넘어가 경쟁률을 높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경쟁률이 높았던 곳에서 네 명 중 한 명이 분양권 전매에 나섰다고 하지만 세 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기 지역의 경우 이미 규제지역에 포함돼 있었음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