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신세계·현대백, 코로나19로 '울상'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의 올해 1분기(1월~3월)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었다. 특히 대형마트보다 백화점의 부진이 뼈아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점이 늘어난 탓이다. 

14일 롯데쇼핑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53억원)보다 74.6%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767억원으로 8.3% 줄었고 4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1분기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전년(1588억원)보다 82.1%나 줄었고, 매출 역시 21.5% 감소하면서 백화점 빅3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쪽은 "코로나19로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확진자 방문에 따른 휴점도 잦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소비심리가 악화했고 특히 마진이 많이 남는 패션 상품군 매출이 부진했던 점도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중국 청두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해외 점포 역시 현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휴점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할인점과 슈퍼는 선방했다. 할인점의 1분기 매출은 1조6023억원으로 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12.5% 늘었다. 기존 점포 매출은 6.5% 감소했지만, 판관비를 줄인 데다 온라인 매출이 42.5%나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슈퍼는 코로나19로 근거리 쇼핑 채널 선호 경향이 나타나면서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1분기 매출은 4913억원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영업적자도 63억원으로 전년(175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줄였다. 이는 매출액 증가 및 판관비 절감 덕분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위축 여파와 면세점 부진 탓에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세계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096억원)보다 97% 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백화점 매출은 33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57.7%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대구 지역에 있는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25.5%나 줄었고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매출은 4889억원으로 30.5% 줄었고, 32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특히 공항점 매출은 40% 급감했고, 시내점 매출도 21% 줄었다. 

반면 이마트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이마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4.8% 감소했다. 이는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개선된 실적이다. 

특히 이 기간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와 전문점 노브랜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트레이더스 1분기 매출액은 21.8%, 영업이익은 22.4% 뛰었다. 노브랜드는 사업 시작 이래 처음으로 1분기 흑자(25억원)를 거뒀다. 

현대백화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4496억원, 영업이익 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13.7%, 80.2% 감소한 수치다. 실적 부진 이유로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와 고정비용 부담 증가"를 꼽았다. 

다만 면세점 부문은 지난 2월 동대문점을 추가하면서 적자폭을 줄였다. 1분기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42억원 적자를 줄였고, 매출은 800억원으로 14.4% 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업태로는 백화점이 첫 손에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감염 우려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기피하면서 맞물린 결과다. 이로 인해 마진이 높은 겨울 의류의 판매가 부진했고, 개학이 미뤄지면서 졸업·입학 특수 역시 누리지 못했다. 

백화점업계는 최근 황금연휴(4월30일~5월6일) 기간 모처럼 웃었다. 보복소비(코로나19로 억눌러온 소비 욕구를 한 번에 분출하는 현상)로 인해 소비심리가 모처럼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백화점들은 또 다시 휴업 공포에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다음날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엔 타격이 있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려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었는데 소규모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2분기 역시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