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ELS규제, '총량제'보단 '자체헤지 규모 관리'가 효율적"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김태동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증권사에서 발생한 해외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ELS 총량제 등 규제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ELS 총량제보다 자체헤지 규모를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ELS 마진콜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냐'는 부분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며 "ELS 마진콜 문제가 금융시장을 출렁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제도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규제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ELS 발행액 총량제'에 대해선 "방법 중 하나로 단순하게 발행량을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일 뿐 진행상황은 모르겠다"며 "(또 다른 방법으로)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도 (ELS 마진콜 사태 재발 시) 해결 가능한지 여러가지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세계 증시 폭락으로 선물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낮아지면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달러 부족 현상으로 마진콜 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을 과잉발행하고 보유채권을 저가 매도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후 글로벌 증시 반등,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외부적인 요인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금융당국은 마진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ELS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자기자본 100% 내로 ELS발행량을 제한하는 'ELS총량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권업계 일각에선 발행량을 규제하는 것보다 과도한 자체헤지 규모를 막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은 시장 급변시에 손실이 불가피한 점에 대해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며 "다만 ELS·DLS의 발행을 자기자본의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는 최근 ELS 헤지운용으로 인해 발생한 외환시장과 단기금융시장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량규제는 정확한 해법이 아닌 과도한 규제라고 본다"며 "이보다는 국내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자체헤지 규모 운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LS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ELS 발행잔액 비중이 증권사 자기자본을 윗도는 경우가 많다"며 "발행량을 제한하게 된다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선별하게 될 것이고, 낼 수 있는 상품이 줄어들게 되면서 증권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ELS 자체헤지가 이번 코로나 사태 때와 같이 예상치 못한 시장 급락시 증권사에 손실을 입힐 수 있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여서 적절한 수준에서 자체헤지규모를 관리해야한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또 다른 대안으로 ELS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외국 금융회사 등과 함께 분담하는 '백투백 헤지'를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총량제가 시행될 경우 ELS시장이 위축되는 단계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자체해지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지 말고, 나머지 조금 과도해 보이는 부분을 백투백 헤지로 넘겨버리면 굳이 총량규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ELS는 채권시장의 중요한 자금 공급원이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것을 감안하면 총량규제를 통해서 시장 경제를 축소하는 것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낮추는 거고, 총량규제보다는 관련된 리스크 관리 강화를 하는 게 합리적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