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알짜 점포 팔면 대량실업"
MBK파트너스, 안산·둔산·대구점 폐점 전제 매각 추진···주재현 위원장 "명분도 실익도 없는 자해행위"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이번 폐점은 고용을 지켜야 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친 반노동행위입니다."
홈플러스가 알짜배기로 꼽히는 안산·둔산·대구점 매각에 나선 가운데 회사와 노동조합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점포 매각에 대해 홈플러스는 자산 유동화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밀실 매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3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안정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대량실업을 양산하는 밀실 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로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안산점·둔산점·대구점 매장에 대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는 NH투자증권을 안산점의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대구·둔산점의 매각 주관사로 각각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매각은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방식이 아닌 폐점을 전제로 추진된 것이라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폐점될 경우 대량 실직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산점 근무 직원만 1000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근 점포로의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매각 후에는 건물을 헐고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폐점을 전제로 한 이번 매각으로 3개 점포에 근무하는 직영사원과 입주업체, 용역직원 등 수천명이 실업 절벽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점의 매각 속도가 빠른 점도 논란거리다. 안산점은 전국 홈플러스 140개 점포 중 직영직원수 전체 2위, 매출도 상위 5위권 내에 꼽힌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알짜 점포를 하루 아침에 폐점하는 것은 아무 명분도 실익도 없는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MBK의 과도한 배당 문제도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2월까지 당기순이익이 7333억원이지만, MBK는 같은 기간 1조2130억원 배당을 챙겼다. 일각에서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마트 사업을 서서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재현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 인수 직후부터 과도하게 배당금을 받아 갔다"며 "지금까지 2조2000억원가량의 건물을 팔아치운 탓에 매장 임대료를 내느라 영업이익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경영 실적도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김영준 홈플러스 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역시 "책임은 전적으로 MBK와 경영진에 있다"며 "165%에 달하는 과대한 배당과 임차료 증가로 경영실적은 나빠지고 1조원 투자약속도 지키지 않아 경쟁사에 비해 갈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홈플러스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쪽은 점포 매각이 곧 폐점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매각 주관사만 정한 것뿐이지 점포 폐점은 확정되지 않았고 인력 감축이나 점포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홈플러스 설명이다. 홈플러스 쪽은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며 향후 주상복합 건설 계획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