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현산, 입장문통해 드러난 아시아나항공 매각 '기싸움'

산은 "진정성 의문"···현산 "난처한 입장"

2020-06-10     박시형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가운데 기싸움이 치열하다.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지난달말 인수 의사를 밝히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10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단 입장'을 통해 "협상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라"고 밝혔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전날 4페이지에 이르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서면으로 인수 논의를 진행하자고 요청하자 강경하게 답한 것이다.

앞서 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인만큼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등 혼선은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서면을 통해서만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현산이 인수계약 진행에 대해 회피하고 있어 인수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입장문 도입부에서 나온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이라는 표현에서도 산업은행의 기세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현산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을 향한 기싸움이 드러난다.

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확인되고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으나 공식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현산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추가자금의 차입과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권단과는 공식적인 교섭이 없던 중에 '1조 자금지원 요구', '채권단 영구채 5000억 출자전환 검토' 등 보도가 이어져 컨소시엄이 난처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이 현산의 요청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 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의로 자금집행 등 안건을 결정했다고 문제제기한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공문 발송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가 이어져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 부분은 산업은행의 여론몰이에 떠밀린 것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위해 노력할 선관주의 의무와 그에 따른 여러 엄격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건 현산이 선의의 피해자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