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직격탄 맞은 '재건축'···사실상 사업 전면중단 위기

'안전진단 강화·2년 실거주·토지거래허가구역' 악재 조합 설립 늦추는 사례 나올 것···공급 위축 우려도

2020-06-19     이진희 기자
서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달아오르던 서울 재건축 시장이 6.17 부동산대책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정비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이 까다로워진 데다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해야 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 사정권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 사이에선 사업을 무기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안전진단 추진하는 곳을 포함,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재건축 추진 단지는 총 85곳 8만643가구다.

사업 초기 단계인 이들 단지는 모두 규제 사정권에 들어간다.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내년 이후 조합을 설립하는 재건축 아파트에선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하면서다.

2년의 거주 기간을 못 맞추면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격대로 현금청산된다. 더 이상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분양권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연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번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곳은 추진위원회 단계인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5·6·7단지, 방배삼호 등이 대표적이다. 실거주 조건을 피하려면 연내 조합 설립을 서둘러야 하지만,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발호재로 과열 조짐을 보이는 잠실, 삼성, 청담, 대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특정 면적이나 대지지분면적을 초과하는 토지·주택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허가를 받은 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하고 매매나 임대도 금지된다. 의무거주 기간은 2년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2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등록을 한 집주인들은 일정 기간 동안 실거주를 할 수 없을뿐더러 임대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물어야 한다"며 "외지에 사는 소유자는 아파트가 오래되고 주차난이 심해 실입주하는 것에 대한 고민 크다"고 설명했다.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단지 등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최근 목동 일대는 목동 신시가지6단지의 2차 안전진단 통과 소식 등으로 시장이 들썩거렸으나, 이번 대책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담기면서 아직 2차 안전진단 신청 전인 단지들의 재건축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내년부터는 기존 관할 시·군·구에서 담당했던 1차 안전진단 기관 선정 및 2차 안전진단 의뢰를 시·도가 담당하도록 변경된다. 2차 안전진단의 현장 조사도 의무화되며 자문위원회의 최종점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초기 단계의 단지에선 재건축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소유자들이 사업 진행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재건축조합을 설립할 때는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동별로 50%, 전체의 75%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태까지 재건축을 바라보며 버텨온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 때문에 로또를 버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금지되기 때문에 조합 설립을 늦추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시장 위축이 향후 공급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에 포함된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거주요건 신설 등은 신규 분양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건축부담금 부과도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전반적인 공급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