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부담 낮춰달라"
경총·11개 협회,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공동건의문' 제출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영난을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 부담을 낮춰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자동차·반도체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산업계 공동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총과 11개 협회는 건의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은 독자적인 경기부양과 방역만으로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제도 시행 초기 대비 약 252%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인 배출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향후에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상황 악화를 고려해 배출권 구매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배출권 거래제 기간 설비를 신·증설한 업체에 추가 배출권을 할당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기타용도 예비분의 잔여 물량을 기존 할당 업체에 재분배해 달라고 건의했다.
제1차 계획 기간(2015∼2017년)의 사례를 보면 배출권 거래제 기간 기타용도 예비분 2373만t 중 잔여 물량 448만t(약 954억원 상당)에 대해 당시 할당위원회에서 할당 업체와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전부 폐기했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제2차 계획 기간(2018∼2020년)의 기타용도 예비분 잔여 물량에 대해서는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의 배출허용 총량, 예비분 등을 고려해 할당위원회가 심의 후 폐기 또는 이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총과 11개 협회는 "2018년에 추가 할당된 예비분(1340만t)을 고려하면 제2차 계획 기간에는 2000만t 이상의 기타용도 예비분이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11개 주요 업종의 요청대로 이 예비분을 재분배한다면 코로나19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주요 업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배출권 시장안정화 용도 예비분의 조기공급을 통한 시장유동성 확보,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에 따른 정부 수입을 기업의 재정·기술 지원에 활용, 무상할당 업종 선정기준의 현행 유지를 건의했다.
경총과 11개 협회는 "정부와 산업계는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민적 요구와 기업 경쟁력 유지라는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기업이 현 위기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의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올해 발표 예정인 '제3차 계획 기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은 산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수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