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둘러싼 고래싸움에 은행권 '갈팡질팡'
금융위 "금융지원 연장" vs 금감원 "건전성 강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이 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와 '재무건전성 강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길 원하는 금융위원회와 재무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길 원하는 금융감독원의 미묘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부실여신 관리와 대출속도 조절이 불가피한데, 이는 금융지원 확대 기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는 24일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9월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원금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오는 9월 30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금융위를 중심으로 해당 조치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형성됐다. 은 위원장도 지난달 26일 한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 9월이 됐다고 우리가 갑자기 손 털고 나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건전성 악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차주가 사실상 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으로 연명하는 부실여신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코로나19 여파가 은행 연체율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이같은 부실여신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이자상환 유예가 문제인데, 지금 당장 이자를 못내 6개월 뒤에 이자를 낸다고 하는 것 자체가 부실한 여신이라는 것"이라며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은행도 하반기에는 관리를 해야 할 시점인데, 조치를 연장하는 것 자체가 은행들에겐 건전성 관리보다 금융지원을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금융사 종합검사를 다음달부터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은행권에서는 갈피를 못 잡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통해 금융사의 지배구조, 재무건전성, 금융소비자보호 여부 등을 중점 살펴본다. 금융위의 뜻에 따라 금융지원을 대폭 늘렸던 금융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건전성 악화 지적을 받게 될까 우려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은행이 좀 더 도와줬으면 싶은 거고 금감원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우려되니 그런 부분에서 양쪽 태도가 다른 것 같다"며 "은행도 리스크관리를 안 할 수 없으니 지금 대출쪽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지만 두 금융당국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할지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