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성장률 -3.3% 추락···외환위기 이후 22년來 최저
코로나 충격에 2분기 연속 逆성장···수출 -16.6%, 56년만에 최악 한은 "하반기 분기별 1.8% 성장 그치면 올해 성장률 -1%로 하락"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3.3% 뒷걸음질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3개월(89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자, 지난 1분기(-1.3%)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직전분기 대비 -3.3%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3.3%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여기에 1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카드 사태가 터진 지난 2003년 1분기(-0.7%)와 2분기(-0.2%)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2.9% 역성장했다. 이는 1998년 4분기(-3.8%) 이래 2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우리 경제 주축인 수출이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16.6% 급감했다. 1963년 4분기(-24%) 이후 56년 6개월 만에 최악의 수출 성적표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1분기보다 4.1%p나 떨어졌다. 수입 역시 원유 등을 중심으로 7.4%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운송장비 투자, 건물건설 등이 위축되면서 각각 2.9%, 1.3% 줄었다. 다만 민간소비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 등) 위주로 1.4% 늘었다. 이런 민간소비 회복과 함께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한 분기만에 0.7%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소비도 물건비 지출 확대와 함께 1% 증가했다.
업종별 생산을 보면 제조업과 농림어업이 9% 이상 줄었고 도소매·숙박음식업·운수업 등의 부진으로 서비스업도 1.1%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9.0%)이 1963년 2분기(-10.4%) 이래 5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당초 예상(-2%대 초중반)보다 2분기 성장률이 더 낮은데 대해 "재화 수출과 민간소비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자동차·휴대전화 등의 재화 수출이 수출 대상국의 이동제한 조치, 해외공장 셧다운(가동중단) 등의 영향으로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고, 민간소비도 재난지원금 효과 등으로 내구재를 중심으로 개선됐지만 서비스 부문의 개선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0.2%)를 달성하려면 3, 4분기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각 3%정도는 돼야 한다. 만약 두 분기 성장률이 평균 1.8% 정도에 그치면 연간 성장률은 -1%로 떨어질 전망이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2차 확산 등을 거론하며 향후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하는 분들도 있지만, 달리 볼 부분도 있다"며 "주요국들이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경기 위축을 우려해 락다운(이동제한 등)을 강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2분기에 급반등했기 때문에 중국이 최대 수출 상대국인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낮아진 것은 내수 반등에도 불구, 대외부문 충격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현재의 코로나 진정세가 이어지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에는 상당 부분 (성장률)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하향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통화정책방향문을 발표하며 올해 GDP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2분기 성장률이 지난 5월에 봤던 것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워스트 시나리오 하에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 향방은 코로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