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동산 대책에도···주택가격 전망 역대 두번째로 높아
소비자심리 3개월 연속 상승···"코로나19 주춤·정부 정책 대응"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연이어 발표된 6.17, 7.10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집값 전망지수가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적극적인 정부 정책 대응에 전반적인 소비자심리는 3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를 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CSI는 전달보다 13p 오른 125였다.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2018년 9월(128)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은 역대 세번째로 높다. 2018년 9월에는 19p, 지난 6월에는 16p 상승했다.
지난 5월 보합세를 보였던 주택가격전망 CSI는 6월 16p 급등하면서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고치와 불과 3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다음달 주택가격전망CSI가 상승할 경우 기존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년 후 집값을 전망한 것이다.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초과,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미만으로 기록된다. 지난 6월 투기과열지구 확대와 갭투자, 법인투자를 금지하는 6.17 대책 이후, 이번 조사기간인 7월 10∼17일 사이 다주택자나 단타 매매족의 세금 부담을 강화한 7.10 대책이 나왔음에도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 소비자들이 더 많았던 셈이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상승 전망이 유지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권처윤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잇단 정부 정책에도 주택 수요가 공급에 비해 훨씬 강하고 실제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전망CSI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7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4.2로 전월 대비 2.4p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세로,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CCSI가 급락하기 시작했던 2월(9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CCSI는 대표적인 소비자 심리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경제인식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그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합성해 산출한다.
권 팀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지역에서 1단계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성항목별로 보면 현재생활형편CSI는 85로 전월 대비 1p 올랐고, 생활형편전망CSI는 87로 보합을 이뤘다. 현재경기판단CSI는 49으로 5p 상승했지만, 향후경기전망CSI는 70으로 전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가계수입전망CSI(90)와 소비지출전망CSI(195)는 각각 2p씩 높아졌다.
소비지출전망CSI 가운데 주거비 지출 전망은 전월 101에서 이달 104으로 3p 상승해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음을 시사했다. 강화된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부담을 염려한 임대사업자들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세 매물을 월세·반전세 등으로 전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