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도급 기술 유용 두산인프라코어 과징금 취소 판결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중소기업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부과된 3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법원에서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이창형 최한순 홍기만 부장판사)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시정 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3억8200만원 중 3억6200만원을 취소하고 시정명령은 유지하도록 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11월 두산인프라코어에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기술자료 제공 요구시 서면 미교부 △기술자료 유용 3가지 사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명령을 내렸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들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상 규정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이렇게 확보한 도면을 다른 제조업체들에게 보내 기술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시절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적발사례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에어 컴프레셔'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다른 제조사들에게 부품 도면을 전달해 에어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또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앤지가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을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다만 도면을 받은 사업자들과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채 '승인도' 라는 이름으로 하도급 업체들의 기술이 담긴 도면을 확보해왔다.
가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협력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요구 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 제공일, 제공 방법, 대가, 요구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담긴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자료 제공 요구, 서면 미교부, 기술자료 유용은 모두 위법하고 비슷한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명령한 공정위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협력사 도면을 다른 업체들에게 전달한 이후로도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도면을 받은 업체가 이후 에어 컴프레셔를 제작하고 공급한 것은 위법한 결과가 계속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종료된 시점을 에어 컴프레셔는 2017년 7월, 냉각수 저장탱크는 같은해 11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과징금을 산정할 자료가 없는 만큼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