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 상반기 선방한 삼성물산···"외형보다 내실 다진다"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코로나19 속 실적 개선세 대내외 악재 여전···"선별적 수주 등 질적 성장에 집중"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삼성물산이 올해 상반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외형은 줄었지만,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5년 만에 정비사업 복귀를 선언한 후 내리 2건의 강남 재건축을 수주한 것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삼성물산이 업황 악재 속에서도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으로 5조4840억원, 영업이익 27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6조700억원과 비교해 10.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620억원) 대비 3.8% 성장했다. 상반기 5대 건설사 모두 매출 규모와 영업익 모두 감소한 반면, 삼성물산은 질적 성장에 성공했다.
상반기 신규 수주에서도 5조32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목표치인 11조1000억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16.7% 성장했으며, 과거 2017~2019년 3년간 신규수주가 2조4380억~3조7330억원 수준에 머무른 것과 비교한다면 약 1.5~2배가량 높은 성장세다.
업계에서는 내실을 다지는 보수적·선별적 성장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에 입찰한 뒤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공격적인 수주 전략 대신 선별적으로 사업지를 선별한 결과, 반포동 반포3주구 재건축(8087억원)과 신반포15차 재건축(2400억원) 수주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를 통해 일찍이 도시정비사업으로 1조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해외수주에서도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은 이날까지 총 11건, 4조3360억원(36억6313만달러) 규모의 수주고를 기록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36억6175만달러)과 GS건설(26억868만달러) 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해외수주 선두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6년 1위를 기록한 뒤 4년 만이다. 또한 2015~2016년 대규모 수주고를 기록했던 호주·사우디 현장의 해외손실 여파가 마무리되고 있고, 2분기 들어 불가항력적인 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개됐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분양권 전매 제한 등 부동산 규제가 여전하고, 지난 8.4 공급대책 등 정부에서 공공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해외 역시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여전해 차질이 불가피하고, 보수적인 회계처리 적용에 추가 원가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보수적인 삼성물산의 수주 전략은 괄목할 실적 개선보다는 안정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리스크가 큰 대신 기대수익이 높은 자체 개발사업 등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에선 그간 휴식기에 따른 정비사업 인력 유탈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데다, 실제 상반기 수주도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2건이 유일하다. 다음 래미안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흑석, 부산 우동 정비사업에 이미 물밑작업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으나, 삼성물산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익 등 외형 측면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보일 수 있었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사업 전략을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신규 수주에서도 상반기 목표 수준에 거의 도달했던 만큼 연초 계획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