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영끌·빚투' 신용대출 조인다···우대금리·한도 축소
1%대 금리·전문직 연봉 2배 대출 모두 사라진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급증한 신용대출이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지목되자, 은행권이 스스로 대출 총량·속도 조절에 나선다. 우대금리 폭을 줄여 전체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높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줄일 방침이다.
16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적 신용대출 관리 방안으로서 우선 우대금리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각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혜택을 최대한 받아야 하는데,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부가 조건에 따라 부여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은행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낮게는 0.6% 정도부터 높게는 1%에 이른다. 결국 이 깎아주는 우대금리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대출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A 은행의 경우 이미 선제적으로 이달 1일 자로 신용대출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p 줄였다. 만약 다른 은행들이 조만간 신용대출 금리를 비슷한 폭으로만 높여도, 현재 금리 범위(1.85∼3.75%)를 고려할 때 상징적 의미의 '1%대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에서 찾을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은행들은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출 전망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특수직 등은 현재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봉이 1억5000만원이라면,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끌어 쓸 수 있는 돈이 3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부동산 자금 유입 차단 등을 위해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대출 총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서민의 '생활자금'용 신용대출까지 조일 수는 없으니, 결국 낮은 금리로 수억 원씩 빌리는 고신용·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부터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은행권은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