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드 코로나' 자영업 생존법

2020-10-01     김무종 기자

재래시장에서 영세식당을 운영하는 A할머니는 나이도 있고 몸도 안좋고 코로나까지 겹쳐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장사를 접었다. 더욱이 가게 위치도 시장에서 인적이 드문 골목에 있어 갈수록 손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부터 할머니로서는 이해못할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손님이 한두명씩 찾아오더니 최근에는 고정적으로 찾는 횟수가 늘어났다. 할머니는 궁금해 손님들에게 어디서 왔냐 물었고 손님들은 ‘카페’ 보고 왔다고 한다. 카페가 뭔지 모르는 할머니는 그런가 하고 다음에도 물었더니 인터넷에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있고 거기서 가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할머니는 요즘은 좀 신이 났다. 몸은 힘들어도 전기세, 세금 등 고정비가 걱정이었는데 한시름 덜게 됐다. 다가올 한겨울 기름값 걱정도 좀 덜었다. 물론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생계를 이어나갈 수준의 매상 수준이다. 한때는 유명 맛집이었으나 세월이 지나고 리모델링으로 시장 내 상권도 바뀌면서 손님이 자꾸 줄어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이랬던 할머니는 요즈음 카페를 무척이나 고마워한다. 찾아온 손님 중 누군가 처음 입소문을 내준 이들에게 특히 그렇다. 음식이 맛있다며 가게를 나서며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겠다는 젊은 손님들도 고맙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를 함께 이겨내고 있다. 실제 할머니의 손맛이 아니었더라면 할머니 가게에 다시 손님이 찾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줄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포스트(post) 코로나이면서 위드(with) 코로나이다. 이 코로나로 가장 힘든 곳이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직격탄을 맞고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는 지출되는 데 손님은 없으니 견딜 재간이 없다. 할머니는 혼자 가게를 운영했기에 그나마 버티다 폐업으로 갔다 극적으로 카페 입소문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에 모든 산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 기반한 식음료, 배달업종 등은 오히려 성수기를 누리고 있다. 국가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지난 8월 무점포소매 판매액지수(이하 불변기준, 2015년=100)는 207.9(잠정)로 1년 전보다 30.3% 증가하면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에 작년 동월 대비 27.6% 증가한 데 이어 8월까지 줄곧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판매액 또한 약 8조4165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6% 증가했다.

사례를 든 70대 할머니의 경우 스스로 온라인·인터넷에 디지털 스토어를 개점한 것도 아니지만 카페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찾는 경우로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할머니의 음식이 맛이 없거나 경쟁력이 없었다면 입소문을 탈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자영업 중에 이와 같이 기본 경쟁력은 있어도 온라인 홍보 및 판매를 할 수 없는 디지털 무능력자가 생각보다 많다. 이들을 위해 정책 당국과 입법을 맡은 국회는 고심해야 한다.

입법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에 60대 이상이 다수여서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아전인수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그러다보니 변화속도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규제완화를 내놓지 못한다고 비판을 받는다.

코로나와 함께 할 시대에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온라인 상에 그들의 상품이 홍보되고 팔릴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정책은 대폭 강화하고 디지털 문맹에 가까운 영세상인들을 위해 교육 등 밀착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율은 25%로 OECD 평균인 15%보다 훨씬 높다.

이들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신산업을 죽이고 기존업을 살리는 것도 한 방도이겠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신산업과 구산업이 모두 죽는다. 기존 산업에 디지털을 입혀 살려야 한다.

뉴딜 정책으로 자본을 끌여들여 신재생 등 신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코로나 대응과 진전되고 있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게 전통산업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필요하다. 새순으로 돋아나 대척관계가 돼버린 신산업을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신산업 규제완화와 전통산업에 대한 경쟁력강화가 해법이다.

김무종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