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의 예견되는 '히트'···기업가치는 어디까지?

청약 첫날 경쟁률 89.6대 1 증거금 8.6조···SK바이오팜 상회 BTS 가치 등 성장 여력 충분···몸값 5조 '고평가' 논란은 지속  

2020-10-05     남궁영진 기자
개인투자자가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 광풍의 정점을 찍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첫날 흥행 속 마감했다. 이에 청약에서의 뜨거운 관심이 상장 후 투자심리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세계적 뮤지션으로 각광받는 '방탄소년단'(BTS)의 활약 등이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주효할 것이란 관측이 높지만, 고평가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일반 청약 첫날 경쟁률 89.6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신청 주식 수로 산출한 첫날 증거금은 4사를 합쳐 약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약 5조9000억원)보다 많지만, 사상 최대 증거금을 끌어모은 카카오게임즈(약 16조4천억원)에는 못 미친다.

통상 공모주 청약 둘째 날 경쟁률이 첫째 날보다 대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또, 최근 공모주 열기에 더해 증시 대기성 자금이 1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빅히트가 카카오게임즈의 IPO 사상 최다 증거금(58조5543억원)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히트의 청약 흥행이 예견되면서 오는 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후 기업가치가 어디까지 불어날지에 관심이 모인다. 동종업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장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과 소속 그룹 BTS의 편중, 고평가 논란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확정된 공모가(13만5000원)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4조8092억원이다. 국내 엔터 기업 3사의 시총을 모두 합한 규모(3조542억원)를 크게 웃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만 기록해도 시총은 12조5039억원으로 불어나는데, 이날 기준 코스피시장 시총 순위 27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상한가를 한 번 더 가면 16조2551억원으로 금융대장주 KB금융을 제치고 18위로 올라선다. 

업계에선 '따상'까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 비틀즈' 찬사를 받는 BTS가 갖는 가치와 자체 플랫폼 개발 능력 등이 향후 성장 탄력을 지지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빅히트는 글로벌 팬덤 지적재산권(IP) 개발 노하우를 통해 아티스트 직접 참여형 매출(앨범·공연 등)에서 간접 참여형 매출(MD·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등)로 제품 확장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자체 플랫폼 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p 상승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대표 아티스트 BTS의 성공적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팬덤 육성을 기반으로 국내 매출 비중은 2017년 72%에서 지난해 25%로 하락했는데, 시장다변화를 통한 수익 시현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도, 올 상반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공연을 통한 콘텐츠 소비와 호수익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빅히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매출액 2940억원, 영업이익 498억원을 거뒀다. 국내 3대 연예기획사를 합한 수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다만 줄곧 지적되고 있는 '고평가' 논란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BTS라는 무형자산의 높은 가치에는 이견이 없지만, 엔터업종들을 압도할 정도의 기업가치가 적정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회사 실적 수직 상승을 견인한 BTS의 지나친 편중은 투자를 저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빅히트의 매출 가운데 BTS 비중은 지난해 97.4%, 올 상반기 87.7% 달해 '쏠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회사는 타 연예기획사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며 이 같은 지적을 타개하고자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터 1등주'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BTS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와 5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증권가에서 산정한 빅히트의 목표주가가 천차만별인 점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카카오게임즈의 사례처럼 초반 오버슈팅(일시폭등) 후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빅히트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주가를 보면 메리츠증권이 16만원으로 가장 낮고, △IBK투자증권(24만원) △유안타증권(29만6000원) △하나금융투자(38만원) 등 격차가 매우 크다. 

상장 후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요예측에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한 기관투자자 보호예수 물량은 43.9%에 불과하다. 앞서 SK바이오팜(81.2%)와 카카오게임즈(58.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날 SK바이오팜은 170만여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10% 급락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빅히트가 공모주 청약에서 새 역사를 쓸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증시 입성 후에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며 "회사가 시장에서 지적하는 약점을 개선해 나가고, 사업 영역을 다변화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