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몰린 차기 은행연합회장···'가교' 민병두 vs '官파워' 최종구
민병두 전 의원 '유력' 관측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물망 두 인사 모두 강·약점 '뚜렷'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이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간 2파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 중 유력한 인물은 정무위원장을 지냈던 민 전 의원으로 은행권과 정치권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논의하는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 이사회는 은행장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한 후 차기 회장 후보군을 좁힌다. 이후 최종 후보를 선정해 총회에 올리면 투표를 거쳐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후보군 선정 등 회장 선임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최종 결과만 공개된다. 결과는 현 김태영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30일 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민 전 의원이다. 민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위원을, 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지내 금융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시절 은행의 가산금리 조작 등을 금지하는 '은행법 개정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민 전 의원은 3선 의원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주류·비주류 의원들과 두루 교류하며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은행권과 정치권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도 평가된다. 또 민 전 의원이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174석을 보유한 '거대여당'인 만큼 은행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은행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윤종원 현 IBK기업은행장도 선임 당시 은행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어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야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은 전통적으로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을 한번이라도 역임했던 인사여야 한다는, 불문율 같은 게 있다"며 "은행을 대표할 인물인데 은행업무를 잘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 전 의원과 함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최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제25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 대표, 수출입은행장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특히, 금융위원장으로서 금융산업정책 관련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는 만큼 은행 현안을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파악할 인물로 꼽힌다.
다만, 고위 관료 출신이란 점이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료 출신으로서 정부와 정치권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와 은행을 감독하던 인사가 해당 업권을 대변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인선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에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어떤 부분은 아쉽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뛰어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차기 회장으로서) 역량이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면 저희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적어도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비춰서 평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