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금감원-산은, '키코' 충돌···이동걸 "불완전판매 없었다"

2020-10-23     김현경 기자
윤석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윤 원장은 과거 산업은행이 키코 상품을 판매할 때 기업들에 옵션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규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 회장은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윤 원장의 입장을 적극 반박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 원장은 키코 옵션 가격정보를 기업에 제공하지 않은 것이 불완전판매에 해당되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산업은행이 기업에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는 주장에도 윤 원장은 "(산은의)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은행이 기업 외화를 시세보다 싸게 사들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의 손실이 막대하게 불어났다.

이후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신한·산업·우리·씨티·하나·대구)이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키코 배상과 관련된 분조위 결정을 거부한 상태다.

이날 윤 원장의 이같은 주장에 이 회장은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키코) 기업에 옵션 수수료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이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또 최근 산업은행 홍보실이 모 언론사의 키코 불완전판매 관련 기사에 수정을 요청한 것이 잘못됐다는 이용우 의원의 지적에 "내용이 부정확해 정정을 해달란 것"이었다며 "그걸 갖고 부당한 압력행사라는 것은 대단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산업은행 측이 모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기사 수정을 요청했다"며 "이는 삼성 공소장에 나오는 기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아니면 가만히 안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것과 비슷한 경우고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윤 원장에게 "(기사 수정을 요구한) 산업은행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원장은 "이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할 수 있으면 조사를 하고 안될 경우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해당 기사에 대해 "기사에서 부정확한 내용은 (말을 인용한 것처럼) '이동걸 회장이 키코 불완전판매를 했으나'라고 한 부분인데 저는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서 그 부분만 정정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제가 한 적이 없는 얘기를 제 인용을 따서 제가 한 것처럼 했다는 건 엄청난 왜곡보도"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수정을 해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며 "그걸 갖고 부당한 압력행사라고 하신다면 이 세상에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고 삼성을 빗대서 말씀하신 것은 대단한 모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