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구원투수' 변창흠, 성난 민심 달랠까···시장은 '우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공공자가주택' 재차 강조 "도입 확정 아냐···정부대책 차질없이 추진할 것"

2020-12-07     박성준 기자
변창흠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토지공개념 기반의 개발이익 환수 등 공공 주도 정책을 강조했던 그였기에 부동산 규제 중심이었던 현 정권의 정책 기조는 더욱 완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더욱 강한 규제론자'라는 시장의 우려와 함께 야당에서는 후보자 검증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7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4일 국토부 새 장관 후보자로 변 후보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이날까지 수백개의 글이 쏟아졌다. 대부분 글의 요지는 '변 후보자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보다 더욱 강력한 규제론자', '시장을 더욱 조이고 압박해 지금보다 거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이었다.

실제 변 후보자는 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비롯해 전 직장인 LH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핵심은 공공에서 시장을 주도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과 개발이익에 따른 불로소득을 공공에서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며, 주거·복지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세종대 교수 시절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제도 등을 '공공자가주택'이라 명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의 소유권을 정부에 남겨두고 그 외 부동산을 거래하게 해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를 말하며, 환매조건부 주택은 건물 처분권만 제한해 매각 시 SH, LH 등의 공공에 되팔게끔 하는 제도를 말한다. 변 후보자는 "공공분양·임대로만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집값 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신규 임대차법 도입도 적극 주장했다. 지난 2015년 공동 저자로 참여한 서적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를 통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의 계약 거절권에 맞서 임차인이 민법상 임대인과 대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단순 공급만으로는 주거권을 훼손하는 등 사회적 불평등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부동산 시장은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패닉바잉', '청약 광풍', 전세난 등 초유의 부동산 정국에 빠져있다. 특히 최근 상승·하락장을 반복하던 강남구 집값이 재건축 기대감에 오름세가 커지면서 잠잠하던 매매시장까지도 들썩이자 업계는 김 장관의 교체로 정부 정책 기조에도 변화의 바람을 기대했다. 하지만 변 후보자의 내력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되레 부동산 규제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업계의 우려가 쏟아지자 변 후보자는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변 후보자는 이날 공공자가주택 도입 여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과거의 발언을 토대로 유추하는 것은 타당한 추론이지만 이를 통해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계획된 정부 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차라리 김 전 장관 유임이 낫다"며 변 후보자를 향해 날을 세웠으며, 임시국회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절실한 시기와 대상이 아니라 정권이 편리한 시기와 대상에 단행된 '사오정 개각'"이라고 비판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을 무시한 오기와 독선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 방배동 아파트(전용면적 129㎡)를 주변 시세보다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이 있고, 지난 2017년 SH공사 사장 당시 정치 성향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 LH 사장을 역임하며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단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