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증서 시대 개막···패스·카카오페이·토스 등 '각축전'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정부가 공인인증서에 부여하던 우월적 지위가 폐지되면서 10일부터는 공인인증서도 민간인증서와 함께 전자서명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이날부터 시행된다. 그간 한국정보인증 등 6개 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만 권한을 부여하던 공인전자서명 제도는 폐지된다.
공인인증서는 21년 전에 도입된 방식이라 쓰기 불편하고 보안도 취약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그간 제도적으로 우월적 지위가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면 여러 업체가 신기술로 만든 전자서명 서비스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에 IT업계에서는 접근성이 더 뛰어난 이통3사나 네이버·카카오 등 앱 기반의 민간인증서가 공인인증서 이용자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간편본인인증서비스 '패스(PASS)'앱이다. 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이 만든 이 서비스는 출시 1년 6개월만에 누적발급 건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패스 인증서는 패스 앱에서 6자리 핀 번호나 지문 등의 생체 인증을 진행하면 1분 내에 발급이 가능하고 발급받은 인증서는 3년 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인증서는 온라인 환경에서 간편하고 안전하게 전자 서명 및 금융 거래 등을 하는 데에 활용된다.
특히 공공 분야를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 및 핀테크 업계에서 패스 인증서 도입이 활발하다. 국내 주요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문서 간편 조회 시 패스 인증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카카오페이 인증'이다. 이 서비스는 2017년 6월 출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발급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서비스는 공인인증서와 동일한 공개키 기반구조(PKI)의 전자서명 기술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점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인증 절차가 카카오톡에서 이뤄지다 보니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모바일 금융 앱 '토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토스 인증서 누적 발급 건수는 지난달 2300만건을 돌파했다. 최근 2개월 만에 600만건을 추가 발급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3월 네이버 인증을 출시한 후발주자 네이버는 8개월여 동안 누적 발급 약 200만건을 확보했으며, NHN의 '페이코 인증', 은행연합회와 회원사 은행들이 2018년 만든 '뱅크사인',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인증서 등도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업들이 사설 인증 시장 경쟁에 가세하면서 전자서명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전자 인증서 시장 규모는 약 7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장 주도권을 잡으면 수수료 수입과 사업 모델 확장 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자서명 시장 경쟁 활성화로 블록체인, 생체인식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가 활발하게 개발, 이용될 것"이라며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민간 전자서명이 조속히 도입돼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부처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