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해 맞은 재계 '빅4', 경영 화두는 '혁신·신사업·고객'
삼성·현대차·SK·LG, 올해 시무식은 비대면 방식으로 총수 경영 메시지 "코로나19 위기 극복" 한 목소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계의 연초 풍경이 달라졌다.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신년사를 발표하는 시무식이 비대면으로 대체되며 기업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재계 총수들은 올해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시장 변화에 걸맞는 혁신 및 신산업으로의 사업 전환, 고객 가치 경영 등이 위기 극복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들은 이날 온라인 시무식을 열거나 최고경영자(CEO)의 영상 또는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새해를 맞아 임직원들이 모여 경영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연초 시무식 풍경도 달라진 것이다.
주요 그룹의 총수와 CEO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며 새해 경영 화두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 신성장동력 강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고객을 가장 중점에 두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지속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동력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 온라인 시무식을 개최했다. 시무식에는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이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21년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하겠다"며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 판도를 주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고객 경험 및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자"며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 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근무일인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는 대신 오후께 평택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하고 반도체 사업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며 "삼성과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신년회를 전격 취소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글로벌 그룹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며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를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우리의 마음과 역량이 합쳐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어 "우리의 모든 활동은 고객 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연일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전한 이메일 신년사를 통해 "SK의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보자"며 "올해는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어 "올해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들이 우리의 행복추구를 저해하지 못하도록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도전과 패기,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초로 힘과 마음을 모아보자"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매년 열던 대면 신년회를 취소하고 그 예산을 결식 취약 계층 지원에 보태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해 온 LG그룹은 올해도 시무식 대신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1 새해 편지'를 전세계 임직원에 전달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회장 취임 이후 첫 신년사인 2019년부터 매년 강조해 온 '고객 가치 경영'을 더욱 구체화한 메시지다.
구 회장 "올해에는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 그룹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