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당정, 양도세 완화론 '솔솔'···실현 가능성은?
시장 불안정 계속되자 감면 카드 '만지작' 당정 "공식 검토 없었다" 확대 해석 경계 기존 정책 기조 뒤집는 선택에 역풍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불로소득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에서 올해 6월부터 적용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해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도 거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공급 확대 기조와 함께 규제 완화로 물꼬를 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 근간을 뒤집는 선택인 데다 실제 유효한 결과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11일 국회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여권 내에서는 조심스럽게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이 당 지도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 한시적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당정은 곧장 부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향후 논의 계획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했지만, 여권 내에서는 양도세 완화를 두고 일부 의원들 간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완화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이 집을 팔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서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 세율을 기존 2주택 52%, 3주택 62%에서 10%포인트(p) 중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집을 내놓는 대신 증여 및 '버티기'에 나섰고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다. 결국, 과도한 양도세 부담이 매물을 감소시켰다는 분석까지 나오자 당정 내부에서도 양도세율을 조정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양도세 완화는 그동안 강한 부동산 규제를 지속해 온 현 정부의 목적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투기세력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다주택 불로소득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인식으로 규제 일변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양도세 완화의 경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정책의 방향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공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책인 3기 신도시 입주는 최소 4~5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강조하고 있는 역세권 고밀개발이나 준공업지구 개발, 저밀도 개발지구 고밀화 등도 법령 개정, 토지 매입 절차 등 단기간 내 공급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보유세와 양도세 간 차이가 줄어들수록 증여를 택했으며, 이미 한 번의 큰 지출인 양도세 대신 적은 금액의 보유세를 내며 버티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는 정부가 내놓을 감면폭이 적을 경우 매도 물량은 많이 늘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 완화가) 실제 다주택자 선택에 영향을 크게 주기도 어렵지만, 완화폭이 커질 경우 정부가 지적했던 투기세력의 차익실현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된다"라며 "다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을 시장매물로 유도하는 것은 동시에 임대시장의 매물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적당히 던져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